미국이 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갈등 고조에 대비해 필리핀에 군사기지 8개를 확보하게 됐다.

필리핀은 미국이 군비와 보급 물자를 비축할 수 있도록 군사 기지 8개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영국 BBC 방송 중문판이 필리핀군 소식통을 인용해 14일 보도했다.

필리핀군이 미국에 제공하는 군사 기지 가운데 3개는 남중국해와 인접한 서부 팔라완섬에 2개, 그리고 1개는 공군기지가 있던 클라크 기지를 포함한 루손 섬에 들어선다고 밝혔다고 BBC는 전했다.

나머지 5개 군사기지 후보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고 양국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미군은 8개 군사기지 이외에 루손섬에 있는 민간용 부두시설과 비행장 사용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작년 미국 군함 100여 척이 기항한 수비크만도 포함돼 있다.

앞서 필리핀 대법원이 지난 12일 미국과 필리핀 정부가 맺은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함으로써 미군이 필리핀 내 군사시설을 이용하며 병력을 장기간 배치할 길이 열렸다.

그동안 미군은 합동군사훈련을 위해 최장 14일간 필리핀에 주둔할 수 있었지만 이 협정이 즉각 효력을 발생하면서 미군이 수비크만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 등 옛 기지에 복귀해 아시아 지역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한 것이다.

EDCA에 대한 합헌 결정 이후 미국과 필리핀은 즉각 워싱턴에서 외교·국방 수장이 참석하는 '2+2 회담'을 개최하고 양국 군사·외교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담에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힘을 실어주고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독주를 저지할 수 있는 군사적 방안들이 논의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군은 필리핀에 8개 군사 기지를 확보함으로써 남중국해 항행 자유를 둘러싼 중국과의 마찰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편 필리핀은 13일 중국이 남중국해 피어리 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자오<永暑礁>)를 메운 인공섬에서 항공기를 시험 운항을 한데 대해 공식 항의를 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대 기자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