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 양태 그대로…유럽서 이스탄불 거쳐 아시아까지 확산
"유럽처럼 동남아도 중동서 귀환한 자국민의 테러 우려"
스타벅스 등 서양 브랜드 밀집지역 공격…서구권 겨냥한 듯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도심 공공장소에서 일반인과 관광객을 겨냥한 이른바 '소프트타깃' 테러가 유럽에서 아시아까지 건너왔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14일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저지른 테러는 대낮에 다수의 무장괴한이 자살폭탄과 개인화기로 무장한 채 번화가를 급습해 민간인을 살상했다는 점에서 작년 프랑스 파리 테러와 닮은꼴이다.

인도네시아 경찰도 이번 공격이 파리 테러의 양상을 그대로 따랐다면서 "테러범들이 파리 테러를 모방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이번 테러는 유라시아 대륙의 중간 지점에 있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관광명소 자폭으로 관광객 10명이 사망한 지 이틀 만에 발생했다.

파리, 이스탄불 등을 거쳐 아시아로 IS의 '소프트타깃' 테러가 유입된 첫 사례인 셈이다.

외신과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무장괴한들은 자살폭탄 테러와 소총으로 무장한 채 자카르타 시내 중심가에 있는 사리나 쇼핑몰 1층의 스타벅스와 바로 앞에 있는 교통경찰 초소 등을 공격했다.

자살폭탄 공격으로 공포감을 조성한 이들은 이어 산발적으로 흩어져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는 그동안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공격이 발생했다.

그러나 그동안의 테러는 폭탄을 탑재한 차량을 이용하거나 다른 물건으로 위장한 폭탄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수의 무장괴한들이 번화가에서 게릴라전을 벌이는 형태의 공격은 보기 드물었다.

범행 시각이 낮이라는 점은 12일 오전 10시20분 발생한 이스탄불 테러나 지난해 3월 월요일 아침 출근길 시드니 린트 초콜릿 카페에서 벌어진 인질극과도 닮았다.

불특정 다수가 있는 앞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리고 거침없이 총격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IS 테러의 '전형'을 보여준 셈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괴한들은 인파 속에 숨어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다가 공범들의 자폭이 일어나 혼란스러워지자 경찰관과 시민을 향해 총을 겨눴다.

또한 유럽과 마찬가지로 동남아에서도 무슬림이 중동으로 건너가 과격화하고 전쟁을 치르고 나서 자국으로 귀환해 테러를 저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조금씩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FP통신은 '파리식' 자폭 테러가 IS에 영향을 받은 자국민이 고국에서 공격을 실행할 수 있다는, 동남아 지역 정부들이 그동안 했던 우려를 확인시켜줬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의 남아시아 무장세력 전문가 쿠마르 라마크리슈나는 "우리는 IS가 이 지역에서 (장악을) 선언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이 지역에도 IS에 동맹을 맹세한 조직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남아 조직원들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급진화해 돌아올 것이라는 위협은 현장에서 스스로 과격화하는 '외로운 늑대'의 가능성과 함께 또 다른 근심거리"라고 강조했다.

CNN 안보 분석가 봅 베어는 이번 공격에 'IS의 서명'이 닮겨 있다면서 "이런 조직원들 다수가 이라크, 시리아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있으며 폭발물을 다루고 터뜨리는 경험을 한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보안당국은 테러 발생 직후 IS의 소행일 가능성에 조심스럽게 접근했으나 곧 경찰 대변인이 IS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강하게 추정된다"고 밝혔고 자카르타 경찰청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한 IS는 연계 통신사 아마크를 통해 "IS 전사들이 오늘 오전 인도네시아 수도에서 외국인과 그들을 보호하려는 경찰을 겨냥해 무장 공격을 수행했다"고 주장하며 배후를 자처했다.

또한 IS는 사전에 테러를 암시하는 듯한 메시지도 남겼다.

안톤 차를리얀 인도네시아 경찰 대변인은 "이번 공격 이전에 IS가 알쏭달쏭한 경고를 남겼다"며 "인도네시아에서 '콘서트'가 있을 것이며 국제적인 뉴스가 나올 것이라는 게 경고였다"고 설명했다.

커피숍 스타벅스는 서구식 자본주의의 상징과도 같다는 점에서 이번 테러가 스타벅스를 향한 것은 IS가 결국 서구권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틀 전 이스탄불 관광지 테러 역시 독일인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AP 통신은 스타벅스 커피숍이 입주한 쇼핑몰에 맥도날드를 비롯한 서구식 식당들이 여럿 입점해있고, 스타벅스 길 건너편에는 피자헛 매장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번 테러는 서방 브랜드로 가득한 인도네시아 수도의 중심지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분석했다.

현지 당국이 테러범을 제외한 사망자를 2명으로 발표한 가운데 사망자들의 국적은 네덜란드, 캐나다 등 서구권으로 알려져 있다.

IS도 아마크를 통해 배후를 자처하면서 "IS 전사들이 외국인과 그들을 보호하려는 경찰을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방콕·서울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김지연 기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