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8천848m의 세계 최고(最高)봉 에베레스트 산의 정상이 1974년 이후 41년 만에 처음으로 누구도 맞이하지 않았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에베레스트 산 정상 등반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는 WP가 네팔 지역 히말라야로 들어가는 탐험대 기록을 모아두는 '히말라야 데이터베이스'와 등반가 및 에베레스트 전문가 등에게 문의해 확인한 사실이다.

지난해 네팔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한 사망사고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4월 네팔 카트만두 인근에서 일어난 진도 7.8의 강진으로 에베레스트에서 24명이 사망했다.

당시 카트만두 일대에선 8천명이 죽고 2만1천 명이 다쳤다.

지진 당시 에베레스트에 있었던 산악 전문 언론인 앨런 아넷은 "네팔 정부가 공식적으로 에베레스트 등반을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위험성이 커지면서 쿰부 지역을 통과하는 등반로가 실질적으로 막혔다"고 전했다.

아넷은 "중국 정부는 여진의 위험성 때문에 지진 다음 날부터 2015년 말까지 티베트를 통과하는 모든 등반로를 폐쇄했다"고 덧붙였다.

2014년 쿰부 지역의 베이스캠프로 눈사태가 닥쳐 셰르파 16명이 사망한 사고에 이어 2년 연속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하자 정상에 도전하는 발길이 뜸해진 것으로 보인다.

히말라야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13년만 해도 658명이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일본인 등반가 구리키 노부카즈(34)가 지진 이후 최초의 정상 도전에 나섰다가 강풍과 폭설 때문에 돌아선 바 있다.

지구 온난화로 에베레스트 기후가 불안정해지면서 정상 등정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등반 단체 '아메리칸 알파인 클럽'의 필 파워스 회장은 "세계의 평균 온도가 오르고 변동이 커지면 그런 변화는 산에서 목격된다"며 "빙하를 건너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꼭 정상이 아니더라도 에베레스트를 찾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산악 언론인 아넷은 "대형 인명사고가 난 1996, 2006, 2012년의 이듬해엔 에베레스트 등산객이 기록적으로 늘어났고 2015년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티벳에서 에베레스트로 들어온 외국인만 200명이 넘었다"고 전했다.

아넷은 "등반가들은 위험을 받아들이므로 사고가 났다고 해서 에베레스트 같은 고산을 오르려는 욕망이 줄지는 않을 것"이라며 "위험성 때문에 가이드를 그만두려는 셰르파들이 있지만 경제적 이익이 위험을 능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