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주 패배 8년전 악몽 거론, 힐러리 "아이오와·뉴햄프셔 패배시 타격"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미국 대선 레이스의 신호탄인 아이오와 주 코커스(당원대회)가 2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같은 당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턱밑까지 치고 들어와 민주당 경선에 초경합 박빙 양자구도가 형성된 것.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 주 등 초기 경합주에서 압승하며 여유있게 레이스를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는 온데간데 없고, 자칫 8년 전 버락 오바마 당시 후부와의 경쟁에서처럼 불의의 일격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고개를 들고있다.

일각에서는 올들어 지원유세에 나선 남편 빌 클린턴의 등장이 과거 '성추문' 논란만 재연하며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힐러리의 위기'는 여론조사를 보면 명확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뉴스가 10일 공동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아이오와 주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48%, 샌더스 의원은 45%의 지지를 보였다.

8일 뒤 프라이머리(예비경선)가 열리는 뉴햄프셔 주에서는 샌더스 의원이 50%의 지지를 얻어 46%에 그친 클린턴 전 장관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주자가 오차범위 안에서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나 테드 크루즈 등 공화당 1, 2위 주자들과의 가상대결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에 비해 샌더스 의원의 경쟁력이 훨씬 우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종 '당선 가능성' 면에서는 더욱 경쟁력이 있는 셈이다.

CNN은 "힐러리가 이번 주부터 다시 아이오와 유세로 돌아온다.

이는 캠프 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샌더스와의 싸움이 예상보다 더욱 큰 위협이 되고 있으며 경쟁이 아이오와나 뉴햄프셔 주에서 끝나지 않고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힐러리가 최근 샌더스를 겨냥해 총기를 비롯한 여러 쟁점에 대해 민주당과 동떨어진 입장을 갖고 있다고 공격하며 그의 당선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지만, 이제는 힐러리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엿다.

힐러리는 여전히 이들 2개 초기 경합주 외 다른 주에서는 샌더스를 크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아이오와에서 패배하면 2008년 여기서 3위에 그쳐 결국 오바마 당시 후보에게 후보지명을 내줘야 했던 악몽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뉴햄프셔는 8년 전 승리했던 곳이지만, 이번에는 아이오와 보다도 더욱 어려운 전장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클린턴 전 장관도 상황이 녹록하지 않음을 자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후원모금 이메일에서 "(초기 경합주에서의) 패배는 우리가 해온 모든 일들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여기서 승리하기 위한 힘을 비축해왔다.

하지만 결승선까지 우리를 이끌어줄 자원이 현장에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클린턴 전 장관은 오랫동안 이름도 올리지 않으며 애써 무시해온 샌더스에 대해 지난주는 대공세로 전환했다.

그는 8일 방송에 나와 "정말 중요할 때 샌더스 의원은 총 로비에 찬성하는 투표를, 나는 반대하는 투표를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월스트리트 개혁과 대선 승리 가능성, 유급 가족휴가 지지, 강력한 총기규제 등을 언급하며 샌더스를 몰아세웠다.

다음 주에는 딸 첼시를 뉴햄프셔 주 유세에 투입한다.

하지만, 가족을 동원한 클린턴 전 장관의 선거전략이 오히려 화를 좌초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과거 '성 추문' 전력을 트럼프를 비롯한 여러 주자들이 도마 위에 올리면서 클린턴 전 장관에게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첼시의 등장은 자칫 논란이 많던 가족소유 클린턴재단의 활동을 쟁점화시켜 역풍을 가져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움직임에 샌더스 의원 측은 "힐러리 측이 공격모드로 전환한 것은 놀랍지 않다.

클린턴 전 장관이 점점 안절부절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8개월전 워싱턴 정가의 기득권자들이 옹립한 '필연적 후보'는 이제 더 이상 '필연적 후보'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CNN은 "클린턴 전 장관이 8년 전에도 오바마 당시 후보를 상대로 '당선 가능성'이 자신이 높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이번에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며 "이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두고볼 일"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