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小米·좁쌀)는 11억달러(약 1조3293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세계 스마트폰 업계는 물론 금융시장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자금 조달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460억달러(약 55조6000억원)로 평가받으면서 미국의 우버를 제치고 세계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으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중국이 실수로 좋은 물건을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최근에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 화웨이 등 경쟁업체의 선전으로 샤오미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풀 꺾인 샤오미 성장세

잘나가던 샤오미, 판매 주춤…'좁쌀의 돌풍' 한계 왔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샤오미가 지난해 목표로 내걸었던 스마트폰 판매량 8000만대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내부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작년 초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2015년 샤오미는 그동안 어느 누구도 꿈꾸지 못한 세상을 여행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2014년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 대비 세 배로 증가한 6100만대를 기록,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선 직후여서 레이쥔 회장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들어 샤오미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샤오미의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작년 2분기 18.6%로 정점을 찍은 뒤 3분기에는 15.7%로 떨어졌다. 경쟁사 화웨이는 같은 기간 15.8%에서 15.7%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쳐 샤오미와 함께 공동 1위로 올라섰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작년 3분기 샤오미가 화웨이에 1위 자리를 내줬다고 추정했다. WSJ는 “탄탄한 기술력과 막강한 자금력을 지닌 화웨이의 선전으로 샤오미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며 “샤오미의 높은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 사람들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시장 진출 성적도 기대 이하

잘나가던 샤오미, 판매 주춤…'좁쌀의 돌풍' 한계 왔나
스마트폰 시장 전문가들은 그동안 지적돼온 샤오미의 취약점이 최근 현실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샤오미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 특허부족 문제는 해외시장 진출 과정에서 현실적인 장애물로 등장했다. 해외시장 중 가장 공들여온 인도시장에서 특허침해소송에 휘말리면서 퀄컴 이외의 업체가 생산한 통신칩을 적용한 스마트폰은 판매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여파로 지난해 샤오미의 해외 스마트폰 판매 증가율은 8%로, 직전 연도 7%에 비해 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샤오미폰을 주로 사용하는 고객이 18~30세 젊은 남성층에 국한돼 있다는 것 역시 샤오미의 약점으로 거론된다. 이들은 소득 수준이 높지 않아 그동안 저가폰에 집중하던 샤오미가 고가폰으로 전환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샤오미의 작년 3분기 평균 스마트폰 판매단가는 122달러로 1년 전(160달러)보다 23.7% 하락했다. 같은 기간 경쟁업체 화웨이의 평균 스마트폰 판매단가는 201달러에서 209달러로 소폭 상승했고, 중국 내 평균 스마트폰 판매단가도 202달러에서 240달러로 18.8% 올랐다.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향후 샤오미가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란 반론도 있다. 벤처캐피털업체 치밍벤처파트너스의 스티븐 후 전 대표는 “샤오미의 진정한 경쟁력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TV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 각종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스마트홈 생태계에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