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 "알 바그다디와 인터뷰 취소" 풍자글이 기사화·오보 소동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58)을 체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영화배우 숀 펜의 인터뷰를 놓고 무성한 뒷말이 오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숀 펜이 구스만과 한 인터뷰가 마약왕을 탈옥 6개월 만에 검거하는데 큰 '기여'를 했지만 인터뷰에 대한 비난 여론도 비등하다.

숀 펜은 구스만이 탈옥한 지 3개월이 지난 지난해 10월 멕시코 시날로아 주와 인접한 두랑고 주의 산악 지역에서 구스만을 7시간 반가량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구스만이 자신의 일대기를 영화로 제작하는 '전기 영화'에 관심을 보이면서 성사됐다.

손 펜과의 인터뷰 이후에도 전화와 비디오, 블랙베리 메신저 등을 이용한 인터뷰가 이어졌다.

인터뷰를 계기로 산악지역의 은신처가 노출된 구스만은 결국 사법당국에 덜미가 잡혔다.

구스만이 전기 영화를 만들려는 엉뚱한 허영심 탓에 잡혔다는 내용은 대중문화지 롤링스톤에 실린 숀 펜과 구스만의 인터뷰로 알려졌다.

인터뷰에서 구스만은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마약 밀매를 시작한 사연, 탈옥과 도주 경위를 늘어놨다.

숀 펜과 구스만의 인터뷰가 검거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지만 인터뷰 기사에 대한 논란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미국 대선의 공화당 경선주자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숀 펜이 여전히 활동하는지조차 몰랐다면서 미국 배우가 합법적인 권리를 운운하며 마약 범죄자에게 알랑거리는 것은 "기괴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기사에서 숀 펜은 구스만이 다른 경쟁 마약상과 비교해 덜 폭력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사 윤리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폭스뉴스의 논객인 게일 트로터는 흉악범을 도와줬다는 점에서 저널리즘의 윤리를 저버렸다며 롤링스톤과 숀 펜을 비난했다.

가디언은 기사가 나가기 전에 구스만에게 보여주는 '검열'을 받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뉴욕포스트는 타블로이드판에 구스만과 숀 펜이 악수하는 사진과 함께 "엘 차포(El chapo), 엘 저코(El jerko)를 만나다"고 썼다.

키가 작은 사람을 의미하는 엘 차포는 165㎝가량의 단신인 구스만에게 붙어 있는 별명이다.

'얼간이'라는 뜻의 'jerk'를 엘 차포에 빗대어 숀 펜을 비꼰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로스앤젤레스 인종 폭동을 불러온 로드니 킹 사건(1992)과 이라크 전쟁 반대 목소리를 낸 숀 펜의 특이한 이력을 소개하면서 구스만과의 인터뷰를 두고 "배우보다 더 강력하게 각인될 가장 대담한 행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NBC 기자인 루크 러서트는 트위터에 "숀 펜의 다음 인터뷰 상대는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냐"고 비꼬았다.

알 바그다디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최고 지도자다.

숀 펜의 기행을 풍자하기 위해 만든 '유머 칼럼'이 기사로 인용 보도되는 소동도 일었다.

미국 주간지 '더 뉴요커'의 유머 칼럼니스트인 앤디 보로위츠는 기사 형식의 풍자글을 통해 "알 바그다디가 오랫 동안 기다린 숀 펜과의 인터뷰를 갑작스럽게 취소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한 연예매체는 IS 대변인을 취재원으로 밝힌 보로위츠의 풍자글을 실제 기사로 착각해 인용 보도했다가 삭제 조치하고 사과했으며 국내에서도 일부 언론이 오보를 냈다.

2014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업무 복귀 첫날 윈도 8.1을 설치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보로위츠의 풍자글을 러시아 국제방송 '러시아의 소리'가 사실보도 기사로 착각해 오보를 내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