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완다그룹이 미국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제작사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다. 중국 기업이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제작사를 인수하는 것은 처음이다. 급성장하는 자국 영화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 자본의 글로벌 영화산업에 대한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완다그룹, 영화 '인터스텔라' 제작사 인수…미국 메이저 영화사까지 삼킨 차이나머니
◆메이저 제작사까지 삼킨 차이나머니

외신은 6일 익명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 완다그룹이 레전더리의 지분 50% 이상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완다그룹과 레전더리 측은 사실 확인을 거부했지만 이르면 다음주 초반께 관련 내용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라고 외신은 덧붙였다.

2000년 설립된 레전더리는 ‘인터스텔라’ ‘다크 나이트’ ‘쥬라기공원’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제작사로,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도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측은 보유 중인 지분을 완다그룹 측에 팔기로 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는 그동안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 중 중국 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3년에는 중국 국유 영화제작사 중국영화그룹과 손잡고 합작영화사 레전더리이스트를 중국에 설립했다. 레전더리이스트의 첫 번째 작품인 ‘더 그레이트 월’은 올해 11월 개봉할 예정이다.

부동산 개발을 통해 급성장한 완다그룹은 중국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자 엔터테인먼트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설정, 최근 몇 년간 전방위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왔다. 2012년에는 미국의 극장체인 AMC를 인수해 세계 최대 극장체인 사업자로 올라섰고, 이듬해인 2013년에는 산둥성 칭다오에 최대 500억위안(약 9조원)을 들여 영화촬영 세트장과 테마파크 등을 결합한 대규모 영화단지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완다그룹은 그동안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큰손’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레전더리 인수를 통해 완다그룹의 글로벌시장 진출 구상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급성장하는 中 영화산업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영화시장은 고속성장하고 있다. 2010년 15억달러에 불과했던 중국의 박스오피스(영화입장권 판매수입) 규모가 지난해에는 72억달러로 5년 만에 약 다섯 배로 커졌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박스오피스 규모가 내년에는 100억달러를 돌파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화시장이 급팽창하자 중국 기업은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할리우드 제작사와의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차이나미디어캐피털(CMC)은 작년 9월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 워너브러더스와 제휴해 홍콩에 합작 영화제작사를 설립했다. 양측은 향후 중국어로 된 영화를 공동제작해 중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도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 파라마운트와 중국 내 영화 배급에 관한 상호협력 계약을 맺었다. 최근 행방불명으로 화제가 된 궈광창 회장이 이끄는 중국 최대 사모펀드운용사 푸싱그룹은 작년 말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스튜디오8에 2억달러를 투자했다.

WSJ는 “중국 자본의 할리우드 진출 확대로 세계 영화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