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가 3일(현지시간)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과 국교 단절을 선언했다. 사우디 동쪽 소규모 국가인 바레인도 4일 이란과 외교관계를 단절한다고 발표했다.

이사 알하마디 바레인 공보부 장관은 이날 이란과 관계를 단절한다며 “바레인에 주재하는 이란 외교관들에게 48시간 내에 떠나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바레인 지배층은 수니파지만 국민의 70%가량이 시아파다. 소수 기득권 수니파에 소외됐다는 시아파 국민의 반정부 활동 때문에 정정이 불안하다. 수니파 지배층은 사우디에 의존해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사우디의 시아파 인사들 처형 소식에 바레인에서는 격렬한 항의 시위가 일어났다.

사우디를 도와 예멘 내전에 참전한 수단도 이날 이란과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자국 주재 이란대사를 추방했다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UAE)도 외교관계 수준을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공사)급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시리아와 예멘 등에서 수니·시아파 갈등이 격렬해지고 ‘이슬람국가(IS)’ 격퇴 전선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리스크컨설팅회사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이머 회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와 이란의 단교는 중동 대리전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작년 3월부터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예멘 후티 반군(시아파)을 공격했으나 지난달 휴전했다. 사우디는 이란과 단교를 선언하면서 예멘 휴전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예멘에서 다시 총성이 울려퍼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시리아에서는 사우디가 반군(수니파)을 지원하고, 이란은 시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쪽을 후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IS의 핵심 근거지인 시리아에서 국제적인 공조 차원의 IS 척결 작전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리아 내전을 매듭짓고 IS 소탕에 공을 들여왔던 미국은 사우디와 이란의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우디가 시아파 진영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아파 지도자 등 47명의 사형 집행을 강행하고 이란과의 단교를 선택한 것은 국내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정치적 조치라는 분석이 많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