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스마트공장

독일 로봇 생산업체 증설 경쟁

사물인터넷·네트워크 구축…상호 기계간 소통체계 만들어
각 기기가 개별 공정 판단·결정

보쉬·지멘스등 업체 앞다퉈 추진…"10년내 잠재가치 800억 유로 창출"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 있는 쿠카로보틱스의 산업용 로봇 생산공정. 이들 로봇은 ‘인더스트리 4.0’을 구현하는 핵심 장비다. 이 회사는 주문이 밀려 생산라인을 확충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 있는 쿠카로보틱스의 산업용 로봇 생산공정. 이들 로봇은 ‘인더스트리 4.0’을 구현하는 핵심 장비다. 이 회사는 주문이 밀려 생산라인을 확충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벤츠 본사가 있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BMW 본사가 있는 뮌헨으로 가다 보면 아우크스부르크가 나온다. 이곳에 쿠카로보틱스가 있다. 이 회사는 요즘 밀려드는 주문에 눈코 뜰 새 없다. 공장 자동화의 핵심이자 ‘인더스트리 4.0’(4차 산업혁명) 구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여서다. 생산라인을 개조해 로봇 생산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독일은 요즘 인더스트리 4.0 열풍에 휩싸여 있다. 자동차부품업체 보쉬, 레이저가공기계업체 트럼프, 쿠카로보틱스 등 독일 기업을 방문하면 그 전에는 자사 소개 브로슈어만 제공했다. 하지만 요즘은 인더스트리 4.0에 관한 자료도 내놓을 정도다. 이뿐만 아니다. 연구소, 공과대학, 정부기관은 물론 하노버 산업용품박람회와 뒤셀도르프 인쇄기계전시회 등 주요 전시회의 주제도 인더스트리 4.0이다.

사물인터넷 통해 생산과정 최적화

인더스트리 4.0은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과 네트워크 빅데이터 등을 종합해 생산기기와 생산품 간 소통체계를 구축하고 전체 생산과정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스마트팩토리’와 비슷한 의미다. 기존 공장 자동화는 미리 입력한 프로그램에 따라 생산시설이 수동적으로 움직이지만 인더스트리 4.0에서 생산설비는 제품과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작업 방식을 결정한다. 현재의 자동화 공장에서는 생산설비가 중앙집중화된 시스템의 통제를 받지만 인더스트리 4.0에서는 각 기기가 개별 공정에 알맞은 것을 판단해 실행한다.

이를 통해 한 개 생산라인에서 한 개 제품을 생산하던 것을 다품종 소량생산 형태로 바꿀 수 있다. 예컨대 같은 생산라인에서 벤츠의 최고급 승용차인 S클래스와 BMW의 소형차 미니도 만들 수 있다. 화장품 공장에서 로션과 스킨을 한 개 라인에서 생산할 수 있다. 굳이 2공장을 짓지 않아도 된다.

독일은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으로 촉발된 1차 산업혁명(1770년대)에 이어 컨베이어시스템에 의한 대량생산 시스템(1890년대)을 2차 산업혁명, 공작기계나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러(PLC)에 의한 혁신을 3차 산업혁명으로 명명했다. 아울러 인더스트리 4.0은 생산성 향상, 재고 절감, 유연 생산 등을 통해 제조업 발전에 혁명을 가져올 수 있다고 여긴다. 독일 과학기술아카데미 측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산업의 생산성을 30% 이상 올릴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보쉬 등 기업과 프라운호퍼·공대 등 협업

보쉬 지멘스 쿠카 트럼프 등 주요 업체는 앞다퉈 이를 추진하고 있다. 로어암마인에 있는 보쉬렉스로스의 한스 미카엘 크라우스 비즈니스개발 총책임자는 “보쉬는 세계 225개 공장 중 50개가 넘는 곳에서 스마트팩토리 시범라인을 가동 중”이라며 “보쉬 홈부르크의 유압밸브 공정에선 전자태그에 의한 정밀인식, 작업 지시의 동기화 등을 통해 생산성을 이미 10% 높였고 30%가량 공간 효율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독일 주요 기업은 프라운호퍼연구소나 아헨공대 슈투트가르트공대 뮌헨공대 등 굴지의 공대들과 산학연 협업을 통해 이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치열해진 글로벌 시장 경쟁과 고령화, 인건비 상승 등의 문제를 정면 돌파하고 제조업 경쟁력에 날개를 달아주기 위한 것이다. 독일 연방정보통신뉴미디어협회는 스마트팩토리로 독일 내에서만 2025년까지 800억유로의 잠재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에서 물류 서비스로 확장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은 제조 공정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물류, 유통,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예컨대 기계를 판 뒤 고객 업체에 설치한 기계와 실시간 정보교환을 통해 고장 발생 전에 미리 소모품을 공급하거나 수리해주는 게 한 예다. 레이저가공기업체인 트럼프는 매출의 약 10%를 연구개발에 쏟아부으며 이를 연구하고 있다. 트럼프의 ‘인더스트리 4.0’ 담당자인 크리스티안 괴르크 씨는 “기계 간 무선통신과 인터넷망을 통해 고객의 부품 교체주기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를 알려주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도르트문트에 있는 프라운호퍼물류연구소는 루프트한자 SAP 등과 공동으로 차세대 물류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랄프 노이하우스 프라운호퍼물류연구소 홍보책임자는 “450명의 연구인력이 미래형 물류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며 “2020년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이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스마트팩토리로 대표되는 ‘인더스트리 4.0’ 자체가 수출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 기업이 만든 휴대폰 제조용 스마트팩토리 공장을 수출하면 삼성전자는 이 공장과 경쟁해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자동차 기계 화장품 등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마차’에서 ‘자동차’로 변하는 산업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아우크스부르크=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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