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내년에 기준금리(현재 연 1.50%)를 올리기보다는 내리거나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우리 경제의 저물가·저성장 추세가 당분간 반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향후 금리 인상 속도가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을 미국 중앙은행(Fed)이 확인해준 점,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통화 완화정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 등도 한은의 금리 인상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막 내린 '미국 제로금리 시대'] "중국·일본·유럽 추가완화에 한은도 동참…총선 전 금리 내릴 것" 43%
◆내년 총선 전에 금리 인하?

< 韓銀총재 “국내 영향 크지 않을 것”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남대 문로 한은 본관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韓銀총재 “국내 영향 크지 않을 것”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남대 문로 한은 본관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경제신문이 17일 NH투자증권 KDB대우증권 등 23개 증권사 금리 담당 연구원을 대상으로 한 ‘2016년 분기별 기준금리 전망 설문조사’에서 금리 인하를 점친 10명(전체 23명의 43%)은 모두 인하 시점으로 내년 1분기를 꼽았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등 경기 부양 의지가 강해지고 물가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란 관측에서다.

내년 3월 금리 인하를 예상한 신동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 경기 둔화 양상이 장기화되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며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 유출 위험이 있지만 유럽중앙은행(ECB)과 중국 인민은행, 일본은행의 잇단 추가 통화 완화정책에 한은도 동참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이 지난 16일 2016~2018년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소비자물가상승률 2%(전년 동기 대비)’로 결정한 것도 인하 전망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꼽혔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목표한 것보다 낮게 나오면 금리 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내년 말엔 인상 압력 높아질 듯

이날 경제연구소 은행 증권사의 거시경제 전문가로 구성된 ‘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 14명 중 10명(71.4%)도 ‘내년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중 네 명은 한은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 내린 뒤 연말까지 연 1.25%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섯 명은 내년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금리 인상의 충격파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한은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한경이코노미스트 설문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9%(11명)가 ‘미국 금리가 올라가도 국내 금융시장에 별 영향이 없거나’(1명), ‘주가 하락 등 일시적 충격에 그칠 것’(10명)이라고 분석했다. 나머지 네 명(28.6%)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연 1.75%는 두 명(14.3%)이고 두 차례 이상 올려 기준금리가 연 2.0%나 연 2.25%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 이코노미스트도 두 명이었다.

다만 채권 전문가들은 한은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완화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낮은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데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경기가 각국의 부양책에 힘입어 지금보다 개선되고 미 기준금리(현재 연 0.25~0.50%)와의 격차도 좁혀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 금리는 안정세

전문가들은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채권 금리가 현 수준에서 크게 변동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6~1.8% 수준을 예상했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726%로 전날보다 0.022%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금리 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 해소로 채권 거래와 회사채 발행시장도 차츰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한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 임원은 “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한계기업 구조조정 문제 등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은 남아 있지만, 우려했던 것보다 온건한 미국의 금리 인상 결정으로 당분간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태호/하헌형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