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의기양양해진 트럼프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주자(사진)가 공화당 유권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오히려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여론조사기관 퍼플스트래티지와 내년 대선에서 투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화당 유권자 605명에게 온라인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5%가 트럼프 발언에 ‘지지한다’고 답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22%, ‘모르겠다’는 답은 13%였다.

조사 대상 중 37%가 이번 발언을 계기로 트럼프를 ‘더 지지하게 됐다’고 답했다. 무슬림 발언 파장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지지율의 파죽지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46%는 ‘발언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답했고, 17%는 ‘덜 지지하게 됐다’고 응답했다.

트럼프는 전날 공화당 지도부가 자신을 비판한 것에 대해 이날 ABC 방송에 출연, “무소속 출마를 원치 않지만 (당으로부터) 공정하게 대우받지 못하면 당연히 그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여론조사에선 나를 지지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68%가 내가 공화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지지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언급했다. 이날도 트럼프에 대한 비판이 계속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트럼프를 겨냥해 “그들이 어떤 인종인지, 어떤 종교를 믿는지에 상관없이 우리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와 결부돼 있다”며 “모든 형태의 편협함에 맞서 싸우자”고 말했다.

유대인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페이스북에 “세계의 무슬림을 지지한다는 우리 커뮤니티의 목소리에 내 목소리를 보태고 싶다”는 게시물을 올렸고, 무슬림이자 세계 헤비급 복싱챔피언인 무함마드 알리는 성명을 통해 “무슬림은 자신들의 개인적 의제를 진전시키기 위해 이슬람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강력히 맞서 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