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년 간 이라크에 유입된 전 세계의 무기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전투력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앰네스티(AI)의 패트릭 윌켄 연구원은 7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IS가 사용 중인 엄청난 규모의 다양한 무기들은 무책임한 무기 거래가 엄청난 잔혹행위를 부추긴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수십 년에 걸쳐 이라크에 무기가 대거 유입됐지만, 규제는 허술하고 감독도 이뤄지지 않는다"며 "이는 IS를 비롯한 무장세력이 이전과 달리 무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특히 IS가 지난해 6월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장악할 당시 전 세계에서 생산된 다량의 무기를 확보했으며, 이 무기를 이라크 전역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이용했다고 기술했다.

IS는 팔루자, 티크리트, 사클라위야, 라마디 등 이라크 도시들은 물론 시리아에서도 군과 경찰 무기고를 장악하고 엄청난 규모의 무기를 확보했다.

지난 5월 라마디를 장악한 IS가 탱크를 비롯해 100대가 넘는 장갑전투차량을 확보한 탓에 이라크 정부군이 이 도시를 재탈환하는데 애를 먹기도 했다.

IS는 이런 전리품 무기를 자신들의 전선에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모술에서 사용되던 무기가 불과 2주 만에 500㎞나 떨어진 시리아 북부로 옮겨져 전투에 활용되기도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IS의 주요 무기는 여전히 칼라시니코프 소총이다.

그러나 AI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IS는 전세계 25개국에서 생산한 총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생산된 타북(Tabuk), 미국산 부시마스터(Bushmaster) E2S, 중국산 CQ, 독일산 G36, 벨기에산 FAL 등이 발견됐다.

국제 무기시장의 부흥기로 불리는 1980년부터 1990년대 말까지 이란-이라크 전쟁기를 거치면서 이라크의 무기 보유량은 급격하게 늘었다.

2003년 시작돼 2011년까지 이어진 미국의 이라크 전쟁 기간에도 이라크에는 끊임없이 무기가 공급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을 포함한 무기 수출국들은 부패가 만연한 이라크에 대한 무기 공급의 위험을 알면서도 이를 멈추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꼬집었다.

윌켄 연구원은 "이라크와 주변지역에서의 무기 확산과 남용의 유산이 지금 수백만 명의 삶을 파괴하는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며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전면적인 무기 금수조치와 대이라크 무기 수출 규제 강화를 주문했다.

또 그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에 대량살상 등에 사용될 우려가 있는 재래식 무기의 국제 거래를 막기 위한 유엔 무기거래조약(ATT) 추인을 요구했다.

(바그다드 AFP=연합뉴스)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