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 방지·테러첩보 수집 vs 사이버 보안 약화·사생활 침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對) 테러 방안의 일환으로 IT 기업들의 협조를 촉구하면서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와 IT업체들에 가해지는 압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들 업체가 테러 예방을 위해 이용자들의 콘텐츠를 어느 정도까지 감시·검열하고, 이용자 정보를 국가기관에 어느 선까지 제공해야 하는지를 놓고 국가 안보와 사생활 보호, 표현의 자유 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저녁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한 대국민 연설에서 첨단기술기업과 사법당국을 향해 "테러리스트들이 기술을 이용해 사법망을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백악관이 이미 이 문제와 관련해 IT 기업들과 대화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기업들에 암호화 통신 체계를 비롯한 신기술들이 테러리스트에게 '어둠의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으며, 극단주의자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표현의 자유'의 선을 넘어 테러까지 공모할 수 있다는 데 우려를 전했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이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막기 위해서는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사용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직원 모집이나 테러 지시, 폭력에 대한 찬양을 하도록 업체들이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테러 조직이 조직원 모집과 홍보 등을 위해 각종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국가기관 등의 소셜 미디어 검열 필요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최근 LA 동부 총기난사 사건이 '자생적 테러'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IS의 이념에 물든 '외로운 늑대'들의 공격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졌다.

영국 옥스퍼드대 스콧 아틀란 박사는 IS가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유럽 15∼24세 젊은 층을 포섭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으며, 미국 조지워싱턴대 연구팀은 미국 내에 300명 이상의 사람이 트위터를 통해 'IS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사용자의 메시지에 다른 이가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암호화 메신저 서비스는 당국의 감시를 피해 테러리스트들이 교신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특히 이중 암호화로 보안 기능이 뛰어난 메신저인 텔레그램은 IS의 '사이버 은거지'로도 불렸다.

이처럼 기술이 발전하고, 테러리스트들이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도 진화하면서 각국 정부도 이에 대처하기 위해 기업들의 협조가 불가피해졌다.

IT 기업들로서는 공익을 위해 표현의 자유나 사생활을 어느 정도 침해해야 하는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테러 공격이 잦아지고 안팎의 압력이 커져 국가 안보가 흔들리는 지경에서 기업들로서도 마냥 표현의 자유만 주장할 수는 없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경우 2012년 콜로라도 극장 총기난사범의 팬 페이지가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지난해 샌타바버라대 총격범 팬 페이지는 삭제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사용자 콘텐츠에 개입하는 추세다.

그러나 당국이 암호화된 메시지에 접근할 수 있도록 일종의 '뒷문'을 마련해달라는 데 대해서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해커의 공격에 더욱 취약해진다며 반대해왔다.

뒷문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해커들의 범행 동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들 기업은 미국이나 영국 정부의 접근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적대적 성격이 있는 중국 정부의 요청을 거절할 명분도 약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로서도 이 문제에 있어 IT 업체들을 우격다짐으로 압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실리콘밸리에서 상당한 후원금을 거둬들이는 데다 지지기반인 밀레니얼 세대의 상당수가 정부의 인터넷 감시·검열에 부정적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