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합동 기술개발 총력
화웨이·ZTE 등 통신기업 50억위안 이상 집중 투자
가입자 10억명, 시장 우위…"기술력 선진국과 대등 수준"
‘3세대는 추격, 4세대는 동행, 5세대는 선도.’

최근 중국 정부 및 통신업계 관계자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말이다. 2020년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5세대(5G) 이동통신의 기술 표준 제정 작업을 중국이 주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중국은 3, 4세대 이동통신 표준 선정 작업 때만 해도 기술력 부족으로 별다른 존재감이 없었다. 하지만 5G 표준 선정 작업만큼은 중국이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또 치고 나가는 중국·일본] 무선통신 강국 넘보는 중국 "5세대 이통 표준 주도하겠다"

화웨이·ZTE 기술 개발에 사활

통신업계는 내년부터 5G 표준 제정 작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한국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간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지난 6월 미국 샌디에이고 회의에서 5G 이동통신 표준화에 관한 로드맵을 마련했다. 올해 말까지 5G에 대한 컨센서스를 도출한 뒤 내년부터 2018년까지 표준 제정 작업을 한다는 계획이다.

4G 이동통신까지는 한국 미국 유럽 일본 등이 표준 제정을 주도했다. 하지만 5G부터는 중국이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중국은 5G 기술 개발을 주도하기 위해 2012년 ‘IMT-2020 추진그룹’을 결성했다. 여기에는 공업정보화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과학기술부 등 3개 정부 부처와 차이나모바일 화웨이 ZTE 등 민간 기업과 학계가 참여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도 5G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는 2009년부터 5G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전 세계 9개 연구개발(R&D)센터에서 전문인력 500명이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2013년엔 5년간 5G 기술 개발에 총 6억달러(약 39억위안·약 7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는 연간 전체 R&D 예산의 10%인 6000만달러를 5G 기술 개발에 쏟아부었다. 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인 ZTE 역시 2009년부터 관련 기술 개발을 시작해 작년까지 총 2억위안을 투자했고, 2018년까지 14억위안을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시장 규모 앞세워 표준 주도 야망

중국 경제주간지 차이신은 최근 표지 기사에서 중국 기업들의 5G 기술 개발 현황을 소개하며 “일류 기업은 표준을 팔고, 이류 기업은 기술을 팔고, 삼류 기업은 상품을 판다”며 “중국 기업들도 이제 표준을 팔 때가 됐다”고 진단했다. 특정 국가가 한 산업의 표준을 선도하기 위해선 △기술력 △상품 △시장 3개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중국은 우선 시장 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10억명가량의 이동통신 가입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시장이다. 하지만 3G 가입자 비중은 16.8%(2014년 말 기준)에 불과하고, 스마트폰 보급률도 20% 전후에 그친다.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글로벌 통신장비업체 입장에선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최근엔 기술력에서도 선진국 기업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둥샤오루 중국 공업정보화부 연구위원은 “중국 기업들이 통신칩에선 퀄컴 등 글로벌 기업에 뒤처져 있지만, 나머지 분야에선 이미 선진국 기업들과 대등한 수준”이라며 “5G 표준화 작업에서 중국이 최선두라고 할 순 없지만, 선두권에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주요국 간 5G 기술 표준 경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한국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이고, 2020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도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5G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 5세대 이동통신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정의하는 5세대(5G) 이동통신은 최대 20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와 어디에서든 최소 100Mbps 이상의 체감 전송 속도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초고화질(UHD) 영화 한 편을 10초 안에 내려받을 수 있다. 정식 명칭은 ‘IMT-2020’이며 세계적으로 2020년에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김태훈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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