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과장으로 혹세무민…피노키오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그림)가 “9·11테러로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질 때 이를 보고 환호하는 사람들을 봤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는 22일(현지시간) ABC방송에 출연, 테러방지를 위해 무슬림에 대한 감시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허드슨강을 가운데 두고 맨해튼 맞은편에 있는) 뉴저지주 저지시티에서 수천명이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환호하는 모습을 TV로 봤다. 그곳은 아랍 인구가 많은 곳이다. 분명히 어떤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1일 앨라배마주 버밍햄 유세 때도 똑같은 주장을 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미국 경찰의 확인 결과 이 같은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9·11테러 이후 미국에서 방송된 화면을 조사해봤더니 중동 국가에서 환호하는 시민을 촬영한 화면은 있었으나 이 같은 모습의 미국 지역 화면은 없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달에도 “버락 오바마 정부가 25만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려 하고 있는데 이는 미친 짓”이라고 주장했다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나오자 번복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거짓말이 한두 번이 아니라며 트럼프의 심리상태를 전문가들이 말하는 ‘피노키오 4단계’로 규정했다. 피노키오 1단계는 의도적으로 일부 사실을 숨기는 수준(대부분 사실), 2단계는 의미있는 생략과 과장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수준(절반만 사실), 다음 단계는 심각한 사실 왜곡과 확연한 부정으로, 주장의 대부분이 거짓으로 드러나는 수준이다. 트럼프는 마지막 4단계, 즉 터무니없는 허풍과 과장으로 혹세무민(惑世誣民·세상을 어지럽히고 시민을 홀려 속임)하는 수준이라는 보도다.

그러나 트럼프의 지지율은 지난 13일 파리 테러사건 발생 이후 대(對)테러 대응이 주요 이슈로 부각하면서 당내 1위로 재부상했다. 트럼프는 지상군 투입과 모스크 폐쇄 등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말 2위인 벤 카슨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다가 19일 설문에서 32%로 지지율이 오르며 카슨과의 격차를 10%포인트로 다시 벌렸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