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파이널 드로' 발생에 주목
금 1000弗·은 10弗 붕괴여부 관심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내년 경제신문 1면 톱은 '재테크 마지노선' 붕괴

‘유가 40달러 붕괴…석유수출국기구(OPEC) 깨지나’ ‘등가선 밑으로 추락한 유로화…유럽통합 어떻게 되나’ ‘금값 1000달러 깨져…잠 못 이루는 투자자.’

내년 경제신문 1면 머리기사로 실릴 수 있는 ‘파이널 드로(final draw)’ 관련 가상 제목이다. 파이널 드로란 전쟁에서 뚫리면 패전과 직결되는 최후 방어선을 뜻한다. 재테크 용어로 사용할 때는 ‘마지노선 붕괴’를 의미한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내년 경제신문 1면 톱은 '재테크 마지노선' 붕괴

유가 40달러 붕괴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때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70% 넘게 급락한 수준이다. 지구온난화 방지 차원에서 진행되는 화석연료 규제와 중국 경기둔화 등을 감안할 때 유가는 내년에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기관이 많다.

유가 하락은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브라질 등 원유 수출국은 경제위기에 몰린 지 오래됐다. 베네수엘라 등 일부 OPEC 회원국은 고유가 시대에 쌓아놓은 외화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세계경제의 중심축을 담당했던 ‘브릭스’란 용어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하다. 각국 경제에 ‘D 공포(디플레이션 공포)’를 몰고 와 기존 경제이론과 통화정책의 뿌리를 흔들어놓고 있다.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은 그 어느 국가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건설회사의 중동 수주가 급감했다. 금융위기 이후 피난처(shelter) 목적으로 들어왔던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OPEC 회원국의 국부펀드가 자금을 빼면서 국내 증시의 외국인 매도세를 주도하고 있다.

유로화 환율도 구(舊)등가선인 ‘1유로=1달러’가 깨질 가능성이 높다. 구등가선은 1999년 유로화 출범 당시 11개 회원국과 미국의 경제 규모가 비슷한 점에 착안해 설정된 유로와 달러 간 환율 출발선이다. 현재는 유로 회원국이 19개국으로 늘어나 ‘1유로=1.1달러’를 신(新)등가선으로 구분하고 있다.

유로 경기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재정위기에 이어 난민, 테러 등 ‘신팻 테일 리스크’가 부각하고 있어서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내년 9월까지 매월 600억유로를 공급하는 기존 양적 완화에 이어 추가 금융완화를 시사했다. 이르면 올해 12월부터 미국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로화 가치는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등가선이 깨지면 유럽통합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스페인의 바스크와 카탈루냐, 북부 이탈리아, 핀란드 등에서는 유로존 탈퇴나 분리독립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0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유럽통합이 깨진다면 세계경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는 금값도 온스당 100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예측기관이 많다. 금융위기 이후 달러 가치와 금값 간 상관계수는 0.7에 달할 정도로 달러와 금의 대체성이 크게 높아졌다. 금과 달러 외에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안전자산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 강세에 대한 기대로 금 수요는 줄어들고 금값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값이 100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각국이 보유한 금 평가손은 의외로 커질 수 있다. 각국은 2011년 미국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질 무렵부터 금 보유를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골드 뱅킹’(금을 이용해 돈을 버는 재테크) 차원에서 금을 가장 선호해왔던 우리 국민도 큰 손실이 우려된다.

은값도 온스당 10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 최근 은값은 14달러대까지 떨어졌다. 금융위기 이후 한때 50달러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고점 대비 70% 이상 폭락했다. 파생결합증권(DLS) 등 은 관련 금융상품이 ‘손실 구간(knock-in)’에 들어섰다. 시장에 매물이 워낙 많아 내년에도 은값이 회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측하는 기관도 많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3%를 돌파(국채 가격은 하락)할 것인가도 주목해야 할 이슈다.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할 미국 중앙은행(Fed)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옐런 수수께끼’다. 옐런 수수께끼란 정책금리 인상폭 이상으로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현상을 말한다.

금융위기가 7년 이상 지속돼 저금리 현상이 이어지자 투자자들의 채권보유 물량은 과다해졌다. Fed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과다 채권 보유분은 한순간에 매물로 출회될 수 있다. 채권 값은 ‘순간 폭락(flash crash)’하고 금리는 급등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Fed 역사상 최대 치욕으로 여겨지는 ‘에클스 실수’(1930년대 Fed 의장인 매리너 에클스가 성급한 금리 인상으로 어렵게 살아난 경기를 다시 침체시킨 것)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그 어느 하나든 경제신문 1면 톱기사에 실릴 수 있는 현안들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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