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서 자동차 엔진까지 직구족 유혹…아마존, 1주일 앞당겨 할인 공세
한국의 해외배송대행 1위 업체인 몰테일은 미국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 연휴를 앞두고 이달 초 뉴저지주 엘름우드 물류센터에 월 90만건의 배송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자동화설비를 설치했다. 지난해 11월28일부터 12월1일까지 나흘간 몰테일이 국내로 보낸 직접구매(직구) 물량은 6만건. 올해는 이보다 20% 늘어난 7만2000건을 예상하고 있다. 채성호 몰테일 뉴저지센터 부지사장은 “임시직 260명을 추가로 뽑아서 연말까지 400명이 2교대로 밤 10시까지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류에서 車엔진까지 직구

18일(현지시간) 몰테일 뉴저지 물류센터를 방문했을 때 트레일러 트럭 하차장에선 직원들이 한국에서 인기 있는 미국 의류브랜드 폴로의 옷이 담긴 상자를 내리느라 한창 바빴다. 폴로의 노스캐롤라이나공장에서 직접 싣고 온 옷들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에서 직구로 구입한 물량이 워낙 많아 UPS와 같은 택배회사에 맡기지 않고 배송비도 아낄 겸 폴로 의류 창고에서 직접 실어나르고 있다”고 말했다.

의류서 자동차 엔진까지 직구족 유혹…아마존, 1주일 앞당겨 할인 공세
폴로는 이달 초부터 최고 60% 할인된 가격에 패딩 등 겨울 의류를 판매하는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에 들어갔다. 올 들어 달라진 직구 경향은 기존 의류 중심에서 전자기기와 자동차 부품, 인테리어 용품까지 구매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엔 중고 태블릿PC와 노트북, 스마트밴드, 게임기 등의 구매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토리버치와 같은 명품 가방에서 식기 등 주방용품, 가구, 심지어 자동차 엔진까지 직구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직구족이 늘어나면서 배송대행뿐 아니라 쿠팡과 티몬,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 등 소셜커머스업체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은 뉴저지 일대의 구매대행업체들이 내놓은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품목의 대대적인 판촉에 들어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직구 물량을 수송하기 위해 배송대행업체를 방문, 물량을 점검하면서 화물기 증편이나 특별기 편성 준비에 들어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매주 6대가 운항하는 인천~뉴욕 구간의 항공 화물 중 평소에는 직구 제품 비중이 15% 미만이지만 블랙프라이데이 이후 연말까지는 이 비율이 30~40%로 급증한다”고 말했다.

◆앞당겨진 블프 마케팅

지난해 한국 ‘직구족’으로부터 블랙프라이데이 인기 사이트 1위에 오른 아마존은 20일부터 할인 행사를 시작한다. 오는 27일 블랙프라이데이보다 1주일 일찍 ‘핫 세일’ 품목을 공개하고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소비자를 상대로 판촉전에 들어가기로 했다. 아마존은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기간에는 5분 간격으로 판매 물품 정보를 새로 올리고, 블랙프라이데이 당일에는 쇼핑객이 가장 탐내는 ‘오늘의 품목 10개’를 추가하는 등 다양한 판촉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미국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 연휴를 1주일여 앞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엘름우드에 있는 몰테일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배송할 물품을 상자에 분류해 담고 있다. 이심기 특파원
미국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 연휴를 1주일여 앞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엘름우드에 있는 몰테일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배송할 물품을 상자에 분류해 담고 있다. 이심기 특파원
아마존에 대응해 월마트도 올해 처음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할인 판매하는 전 제품을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월마트보다 가격이 싼 제품이 있으면 가격 차이를 보상해주는 행사도 열기로 했다. 메이시스백화점과 전자제품 소매업체인 베스트바이, 할인점 타깃도 무료배송 등의 조건을 걸고 온라인 판촉을 강화하기로 했다.

올해는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시즌의 간판상품이자 직구족이 눈독을 들이는 대형 TV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가격 공세가 거셀 전망이다. 미국의 연간 TV시장 규모는 3600만대로, 이 중 20%가 블랙프라이데이로 시작되는 연말 쇼핑기간에 팔린다.

중국 가전업체인 하이센스는 일본 샤프의 멕시코공장을 인수해 북미지역에서 샤프 브랜드로 TV를 팔면서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기간 50인치 LED TV를 비슷한 사양의 LG전자 제품보다 절반 이상 싼 150달러에 내놓기로 했다. 일본 산요 멕시코공장을 인수한 중국 TCL도 32인치 LED TV를 348달러인 삼성전자 제품의 3분의 1에 불과한 125달러에 선보인다. 삼성전자 북미법인 관계자는 “올해 미국 TV시장이 정체되면서 연말 재고를 털어내려는 업체들의 가격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