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23차 정상회의…자유무역지대 창설·포용적 성장 모색
미국 TPP-중국 FTAAP '경제주도권' 신경전…정상회의 무대 밖에서 남중국해 '충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1개 회원국이 역내 교역 확대와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APEC 정상들은 1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제23차 정상회의를 열어 '포용적 경제 및 변화하는 세계 만들기'를 주제로 역내 경제통합과 지속 가능하고 복원력 있는 성장 방안을 논의하고 이틀간의 일정을 마친다.

경제통합 방안으로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가 주요 의제로 검토된다.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FTAAP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채택하고 2016년 말까지 공동 전략연구를 끝내기로 했다.
(마닐라=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마닐라 몰 오브 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린 APEC 정상 환영만찬에 앞서 기념촬영장에 도착,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마닐라=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마닐라 몰 오브 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린 APEC 정상 환영만찬에 앞서 기념촬영장에 도착,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APEC 회원국들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PD)의 약 57%를 차지하고 있어 FTAAP가 현실화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하게 되지만 아직 검토 초기 단계에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FTAAP는 최근 미국, 일본 등 아태지역 12개국이 타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TPP) 협정과 중첩돼 미국과 중국의 경제 주도권 신경전으로 비치고 있다.

TPP가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전날 APEC 기업인들과 대화 행사에서 경쟁적인 자유무역 협정이 역내 국가들의 분열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중국이 주도하는 FTAAP의 실현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같은 날 TPP 회원국들과의 회담에서 TPP의 조기 발효를 위해 각국의 국내 승인 절차를 서두르기로 합의했다.

이런 양국의 입장을 반영해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는 FTAAP 실현을 위해 회원국들이 노력한다는 내용과 함께 TTP 체결 등 자유무역협정(FTA) 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문구가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선언문 초안에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으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조속한 타결도 독려할 것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RCEP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 회원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등 총 16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FTA다.

APEC 정상들은 프랑스 파리를 겨냥한 '이슬람국가'(IS)의 연쇄 테러와 관련해 자유롭고 개방된 경제를 위협하는 테러리즘을 강력히 비난하는 내용을 공동선언문에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정상회의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가 논의되지 않는 것은 물론 회원국 합의가 필요한 공동 선언문에도 관련 내용이 언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18일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에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을 위한 추가 매립과 군사화 중단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이번 필리핀 방문 기간에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만약 무언가를 멈춰야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미국이 남해(남중국해) 문제를 부각하고, 남해 긴장국면을 과장하고,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라고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했다.

내년 APEC 정상회의는 페루에서 열린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