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후 66년 만의 역사적 만남…'진먼고량주-마오타이 만찬' 화제
마잉주 "주량 겨룬 것 절대 아니다…우린 둘 다 주량이 별로 세지 못해"
진먼다오 이야기 등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꽃…예정보다 35분 길어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7일 역사적인 첫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정상회담을 마치고 모두 귀국한 가운데 '고량주 만찬'이 화제가 되고 있다.

두 정상은 전날 오후 3시(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안 관계의 평화적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바로 호텔 내 레스토랑으로 이동해 만찬도 함께 했다.

만찬장의 원형 테이블은 두 정상이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긴밀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배치됐다.

대만 총통실은 이번 만찬을 위해 1990년산 고급 진먼(金門) 고량주 두 병과 마 총통의 애주인 마쭈라오주(馬祖老酒·황주의 일종) 8통을 준비했다.

두 술의 원산지인 '진먼'과 '마쭈'는 모두 분단의 최전선인 대만 해협에 위치해 있다.

이 술을 준비한 배경에는 분단된 조국의 아픔을 상기하자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중국의 최고 명주로 손꼽히는 마오타이(茅台)를 가지고 왔다.

증류주인 진먼 고량주나 마오타이는 모두 알코올 도수가 매우 높은 고급 백주다.

홍콩 봉황망(鳳凰網)은 "만찬은 95분간 진행된 뒤 오후 7시20분께 마무리됐다"며 특히 만찬을 마친 뒤 호텔을 나서는 마 총통의 모습은 "곤드레만드레 취한"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 총통과 잔을 부딪치며 적잖은 양의 술을 마셨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 총통은 그러나 술에 취한 듯한 자신의 표정을 놓고 "두 정상이 주량을 겨룬 거 아니냐"는 등의 추측이 쏟아지자 이를 즉각 부인했다.

그는 전날 밤 귀국하는 길에 전용기에서 가진 대만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나는 취하지 않았었다.

나는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진다"며 아주 작은 술잔으로 고량주를 마셨는데 가득 따르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주량을 겨루지도 않았다.

우리는 서로 자기 주량이 별로 세지 않다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마 총통은 시 주석이 대만과 마주한 푸젠(福建)성 일대에서 17년을 근무해 대만해협에 있는 진먼이나 샤먼(厦門)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며 마쭈라오주에 대한 역사나 회담 참석자들의 '띠' 등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고 소개했다.

그는 만찬에서 시 주석 일행에게 시 주석이 용띠고 시 주석의 참모진 6명 중 5명이 호랑이 띠라는 점을 거론한 뒤 "나 자신도 호랑이 띠다.

아주 공교롭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마 총통은 "시 주석 역시 진먼의 유명한 식칼들이 (중국군이 퍼부었던) 포탄 탄피로 만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1949년부터 30여 년 간 진먼에 100만 발 이상의 포탄을 쏟아부었지만 상당수는 불발탄이었다.

대만의 상인들이 이 불발탄 탄피를 가공해 수십 가지의 도검으로 제작하면서 대만의 기묘한 '명품 식칼'이 탄생했다.

마 총통은 두 정상이 '대만-일본의 어업협정'도 화제에 올렸다고 전하며 "시 주석은 유럽의 한 지도자가 예전에 자신에게 '왜 그렇게 작은 섬을 놓고 갈등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고 말했고, 나는 그에 대해 '사실 유럽에도 다른 나라와 작은 섬을 놓고 다투는 경우가 있다.

이는 영토주권에 관련된 문제다'라고 이야기했다"고 소개했다.

시 주석이 말한 작은 섬은 중일 간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두 정상이 중국-일본, 대만-일본 사이의 역사, 영유권 갈등 문제 등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을 주고 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편, 중국언론들은 만찬장 테이블 위에 놓인 참석자 이름표와 식단의 경우 대만 인사들에 대해서는 번체자를, 중국 인사들에 대해서는 간체자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양안의 문화 습관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베이징연합뉴스) 정주호 이준삼 특파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