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사사오입한 10월 미국 실업률…'옐런의 독배' 되나
초미의 관심을 끌어온 미국의 10월 실업률이 5.04%를 기록했다. 9월의 5.05%에 비해 불과 0.01%포인트 개선됐지만 사사오입(四捨五入)에 따라 9월은 5.1%, 10월은 5.0%로 갈렸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추정하는 완전고용수준(4.9~5.2%)이다. 실업률만 놓고 본다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실업률보다 임금 상승률이 의미가 더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이 통화정책 근거로 삼아온 필립스곡선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필립스곡선은 1958년 영국 경제학자 A W 필립스가 임금 상승률과 실업률 간 ‘역(-)의 관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 이론이다.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로 대체돼 더 잘 알려져 있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사사오입한 10월 미국 실업률…'옐런의 독배' 되나
Fed는 2012년 12월부터 물가안정과 고용창출을 양대 책무로 설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왔다. Fed의 물가 목표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을 기준으로 2%다. 옐런 의장은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하면 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2%에 도달해 금리를 올리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봐왔다.

하지만 실업률 하락이 금융위기 이후 벤 버냉키, 옐런 전·현직 Fed 의장이 주도해온 비(非)전통적 통화정책(B-E 통화정책)의 효과 때문인가 하는 점은 의문이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란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가 대표적이다. B-E 통화정책 효과라면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하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비전통적 통화정책 효과를 반영한 거시경제 모형(DSGE, 충격 발생 때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이 충격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가정)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효과가 미약한 것으로 나온다. 실업률이 다른 요인에 의해 떨어졌다면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했다 해도 금리를 올리는 것은 위험하다.

한때 10%가 넘던 실업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데는 오바마 정부가 출범 이후 추진해온 일자리 창출대책의 효과가 더 크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제조업의 ‘리쇼어링’ 정책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리쇼어링이란 해외에 나간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산업정책을 말한다.

옐런이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5대 ‘옐런의 게시판(Yellen’s dashboard)’ 지표 중 가장 중요한 임금 상승률이 높아졌다 하더라도 이것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고용행태 변화와 함께 노동생산성이 높아져야 가능하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기업은 신규 고용의 필요성을 정규직보다 인건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임시직으로 대응해왔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영향을 반영하는 DSGE 모형에 노동생산성 등 임의 변수를 포함해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고용 흐름이 실제 데이터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상승률과 같은 옐런의 게시판 지표가 개선되는 것이 비전통적 통화정책 효과보다 노동생산성 등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미국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1%포인트 정도 떨어졌다. 과거 경기 회복기에 비해서도 90% 내외에 그치고 있다. 미래 불확실성에 따라 자본축적 부족, 노동시장 효율성 저하 등이 주요인으로 지적된다. 미국 경제 성장률이 잠재수준을 밑돌면서 분기별로 심한 기복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금상승률의 대체변수인 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실업률과의 필립스곡선 관계가 더 약하다. 공급과잉 시대에서 ‘월마트 효과(최종재의 가격 파괴)’로 물가하방 압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 상승률이 올라갔다 하더라도 금리 인상의 기준이 되는 물가가 올라가는 것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비전통적 통화정책 효과가 미약하고 물가 상승률과 필립스곡선 관계가 흐트러진 여건에서 실업률 급락과 일시적인 임금 상승만으로 금리를 올리는 것은 ‘해로드-도마의 칼날 위 성장이론’과 비슷하다. 칼날 위에 떨어지면 큰 상처가 나듯 중앙은행이 경기를 망쳤던 ‘1930년대 에클스 실수’가 재현될 우려가 높다.

‘제로’ 수준의 금리는 비정상적이다. 금리는 올려야 한다. Fed가 계획하는 출구전략이 순조롭게 추진됐다면 양적 완화 종료 당시 옐런 의장의 발언처럼 올해 2분기에는 금리를 올렸어야 했다. 늦어질수록 옐런 의장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12월 회의에서 금리는 올리되 사사오입한 실업률이 ‘옐런의 독배’가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추가 인상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어떤 경로로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에 대한 근거가 보완될 때까지 늦추는 방안이다. 미국 금리 인상이 국내 증시에 미칠 충격(원·달러 환율 한 단계 상승)을 과다 해석할 필요는 없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