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1일(현지시간)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이슬람에 기반을 둔 보수 성향의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압승을 거뒀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 등에 따르면 AKP는 49.35%의 득표율로 전체 의석(550석)의 과반인 316석을 차지해 단독으로 내각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이어 세속주의 계열의 공화인민당(CHP)이 134석(득표율 25.4%)을 차지했으며 민족주의행동당(MHP)이 41석(11.9%), 친(親) 쿠르드 성향의 인민민주당(HDP)이 59석(10.6%)을 확보했다. HDP는 MHP보다 전체 득표율이 낮았지만 쿠르드족 밀집지역에서 득표율이 높아 더 많은 의석을 확보했다.

터키 집권당, 총선 예상밖 '압승'…5개월 만에 단독정부 구성
외신은 이번 총선 결과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사진)의 승리라고 전했다. AKP가 지난 6월 총선에서 258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연립정부 구성 압박을 받았으나 단독 정권 수립을 위해 조기 총선 카드를 내건 에르도안의 승부수가 먹힌 까닭이다.

사전 여론조사에선 AKP의 득표율이 43% 안팎으로 조사돼 과반의석을 차지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권위주의적인 에르도안 대통령의 통치 행위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비영리 국제기구 국제위기그룹(ICG)의 터키 전문가인 니가르 곡셀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은 터키 국민이 혼란 상태를 끝내고 안정을 갈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터키는 최근 정부와 쿠르드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과의 분쟁이 가열되면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지난달 10일에는 터키 남부 쿠르드계를 탄압하는 터키 정부에 항의하는 평화시위 도중 폭탄테러가 발생, 102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야당을 테러리스트나 반역자로 몰아가면서 불화를 일으킨 에르도안의 수사(修辭)가 터키를 양극화시켰다”며 “AKP의 승리는 비싼 희생을 치른 터키 사회의 응집력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담해진 에르도안이 (쿠르드족에 대해) 더욱 적대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2년 이후 이미 세 번의 총리를 역임한 뒤 첫 번째 대통령 임기를 맡고 있는 에르도안의 정국 장악력도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터키 금융시장은 반색했다. 단독 정권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 영향으로 터키 리라화 가치는 2일 달러당 2.77리라로 지난 주말보다 4.8% 급등했다. 리라화 가치 상승폭은 2008년 이후 최대다. 이스탄불 증시의 BIST100 지수도 전 영업일보다 5.5% 폭등한 83,653으로 개장했다. 터키 10년 만기 국채의 유통수익률도 이날 오전 0.53%포인트 급락한 9.24%대로 나타나며 채권 가치가 크게 올랐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