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강달러' 인식 잘못
환율수준보다 변동성 관리 중요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두 갈래' 움직임 뚜렷한 달러화…원화의 향방은

국제 외환시장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한 올해 2분기 이후 달러화 가치는 ‘두 갈래’ 움직임이 뚜렷하다. 유로화, 파운드화를 비롯해 엔,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네, 스위스 프랑으로 구성된 달러 인덱스는 올해 3월 ‘100.5’에서 최근 ‘95’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중국 위안화와 한국 원화 같은 신흥국 통화에는 강세를 보이고 있어 대조적이다. 엄격히 따진다면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미국 요인보다는 신흥국 자체적으로 더 많은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까닭에 ‘달러 강세’라기보다는 ‘신흥국 통화 약세’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예측기관은 ‘두 갈래’의 달러 가치 움직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경제가 아직 완전하지 못해 선진국 통화에 대해 약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 수출지향적인 신흥국들은 세계교역 위축과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종전처럼 빠른 경기 회복과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두 갈래' 움직임 뚜렷한 달러화…원화의 향방은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신흥국에서 나타나는 외자 이탈세가 ‘2차 테이퍼 탠트럼 현상’으로 악화될 것인가 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테이퍼 탠트럼’이란 미국 등 중심국 통화정책의 작은 변화에 신흥국이 의외로 큰 타격을 받는 ‘긴축 발작’ 현상을 뜻하는 것으로 일종의 ‘나비 효과’를 말한다.

골드스타인의 위기판단지표 등으로 2차 테이퍼 탠트럼이 발생할 가능성을 점검해 보면 신흥국별로 차별화가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보유액에 비해 경상적자와 재정적자가 심한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멕시코, 콜롬비아 등은 고위험국으로 분류된다.

한국 경제는 장기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분기별 1% 이하의 저성장 흐름이 2010년 1분기 이후 지속되고 국내총생산(GDP) 갭도 여전히 마이너스 국면이다. 총공급과 총수요 요인이 맞물리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1월 이후 10개월 연속 0%대다. 통화승수, 통화 유통속도 등 다른 경제활력지표도 좀처럼 회복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상징성이 큰 수출은 △세계교역과 성장세 둔화 △중국 경기 둔화 등의 요인이 맞물리면서 올 들어 8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8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4.7%나 급감했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6%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 수출 감소세가 회복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요인도 복잡하다. 중국 경기 둔화, 미국 금리 인상 우려 등 대외요인에다 여야 갈등, 각 단체(노조 포함)의 이기주의 등 대내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변수를 통제변수와 행태변수로 나눌 때 통제 가능하지 않은 행태변수가 많아 우리 경제의 앞날을 더 어둡게 한다.

현 시점에서 경기 부진을 대외변수 탓으로만 돌릴 수 없을 만큼 한국 경제가 처한 여건은 심각하다. 가장 절실한 것은 우리 경제주체가 모두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힘을 모으는 일이다. 지금처럼 정책당국과 국회의 주도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국민이 스스로 나선다면 그보다 좋은 방안은 없다.

앞으로 재정과 통화 면에서 부양책이 쉽지 않은 정책 여건 아래에서 날로 어려워지는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원·달러 환율을 충분히 끌어올리는 것이다. 4대 거시경제 변수 가운데 기형적인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 강세를 초래해 성장과 물가, 고용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시장 개입은 쉽지 않다. 200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회의에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국(GDP 대비 4% 이상)은 원천적으로 시장 개입을 할 수 없도록 우리 주도로 합의해 놓았기 때문이다. 직접 혹은 포트폴리오 투자 가릴 것 없이 현 정부는 해외 투자를 활성화해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9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급부상하는 ‘금리 인하’는 효과 면에서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카드다. 금리와 총수요 간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는 데다, 도덕적 설득이 전제되지 않는 금리 인하는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를 더 떨어뜨리는 ‘구축 효과(금리 인하가 예대마진폭을 확대하는 현상)’로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 이후 내년도 대내외 여건을 토대로 경영계획을 세우는 국내 기업은 원·달러 환율을 올려잡아 외화를 운용할 것을 권한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원화 환율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때는 외화를 ‘평균환율 수준’으로 운용하기보다 ‘적정환율을 중심으로 한 변동성 관리’에 치중해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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