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단 자위권법 제·개정 후폭풍

법안 통과되자마자 자위대 해외임무 확대
일본 헌법학자 등 100명 '위헌소송' 추진
중국·일본 등 군비 경쟁 가속화…동아시아 안보 지형 변화 예고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안보 관련법(이하 안보법) 제·개정을 통해 ‘전쟁 가능한 나라’로 돌아가면서 동아시아 군비 경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 내부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안보법 강행 추진에 대한 반발을 잠재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야당은 안보법 폐지를 위해 내년 참의원 선거에서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일본 등 군비 경쟁 가속화…동아시아 안보 지형 변화 예고

○군비 경쟁으로 군사적 충돌 위험 고조

일본 자위대는 안보법 제·개정으로 전 세계 어디에서나 미국 등 외국 군대를 후방 지원할 수 있고,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는’ 등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무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안보법 정비가 끝나자마자 일본 정부는 자위대의 해외 임무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자위대가 미군을 후방 지원하기 위한 절차를 규정한 ‘미·일 물품역무 상호제공협정(ACSA)’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20일 전했다. 또 아프리카 남수단에 파견된 자위대의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임무에 이른바 ‘출동 경호’를 새롭게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NHK는 보도했다.

이번 안보법 통과로 일본이 국방비 지출을 늘리면서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 군비 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로 인해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면 군사적 충돌 위험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다만 한반도 유사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바탕으로 주한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란 분석도 있다. 자위대가 미군 엄호나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에 대한 보호를 목적으로 한국 영해와 영공을 침범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데 대해 한국 정부는 지난 19일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한반도 안보 및 국익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한국 측의 요청 또는 동의가 없는 한 용인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 정부의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미 국무부는 “일본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힌 반면 중국 외교부는 “평화, 발전, 협력의 시대조류와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요 외신들도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커질 것이라며 일본이 전후 70년간 유지해 온 평화주의 노선이 크게 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일본 내 반발도 확산

아베 총리는 안보법 강행 처리에 대한 국내외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안보법의 내용과 필요성을 적극 알려 나갈 방침이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는 29일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아베 총리가 ‘적극적 평화주의’를 강조하고 새 안보법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음달 7일 전후로 예상되는 개각에선 아소 다로 재무상과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나카타니 겐 방위상 등 주요 장관을 유임할 방침을 정했다. 법안 강행처리로 지지율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를 감안하면 개각을 최소화해 안정적인 정권 운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일본 내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고바야시 세쓰 게이오대 명예교수 등 일본 헌법학자 100여명은 위헌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안보법이 전쟁 등을 금지한 일본 헌법 9조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법안 통과 이후에도 ‘전쟁 입법’에 대한 규탄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도쿄 긴자 시위현장에서 “나라 존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폭거를 아베 정권이 힘으로 밀어붙였다”며 아베 정권의 독주에 대한 견제를 호소했다.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들이 공조에 나설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에다노 유키오 민주당 간사장은 안보법이 통과한 뒤 “(참의원 선거는) 안보법제의 시비가 최대 쟁점이 돼야 한다”며 야당 연대를 강조했다. 공산당도 안보법안의 폐지만을 목적으로 한 연립정권을 구성하기 위해 다른 야당과 선거에서 협력할 방침을 밝혔다.

도쿄=서정환 특파원/전예진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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