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신흥국들은 중국발 충격으로 경제 성장세가 꺾인 가운데 국내 정치 불안까지 겹치면서 앞 날이 더욱 불투명한 상황에 몰렸다.

16일 국제금융계에 따르면 터키와 나이지리아는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놓일 정도로 경제문제가 심각하지만 이를 해결할 정치 리더십은 실종 상태다.

호주와 브라질은 긴축 정책을 둘러싼 논란으로 정치 수반이 아예 교체되거나 탄핵 위기에 놓였다.

◇ 터키·나이지리아, 정치 리더십 공백

터키는 과도한 외채 부담 등으로 인해 최근 리라화 가치가 사상 최저로 추락했다.

리라/달러 환율은 올해만 30% 넘게 상승했다.

국가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지난 14일 293bp(1bp=0.01%포인트)로 올해 들어 110bp나 뛰었다.

이런 가운데 남동부 지역 쿠르드계와의 유혈 사태가 악화됐다.

충돌 과정에 사망자가 크게 늘었다.

일반 주민들이 폭탄 테러에 대한 두려움으로 대중교통을 기피할 정도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터키가 내전 일보 직전 상태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일촉즉발 위기 상황이지만 오는 11월까지는 터키 정부에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13년간 집권해온 정의개발당(AKP)이 지난 6월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조기총선을 선언한 뒤 과도정부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심 이반으로 인해 다음 총선 때도 에르도안 대통령 쪽이 안정적인 기반을 얻지는 못할 분위기다.

게다가 이와같은 정치 불안 등을 고려해 피치가 오는 18일 터키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하면 상황이 더욱 꼬이는 악순환이 진행될 것이 우려된다.

원유 수출에 경제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나이지리아는 유가 급락으로 2분기 성장률이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게다가 최근 JP모건의 프론티어 마켓 지수에서 제외되면서 채권시장에서 외국 자금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는 JP모건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본 통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내놨다.

게다가 지난 5월 당선된 무함마두 부하리 대통령은 국고가 바닥났다고 하면서도 아직 각료를 임명하지 않는 등 의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 호주·브라질, 정부 수반이 흔들리다

호주에서는 지난 14일 토니 애벗 총리가 전격 축출됐다.

작년 5월에 내놓은 긴축안에서 불거진 논란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애벗 총리는 5년 이내 흑자예산으로 바꾸겠다면서 세금을 신설하고 연금과 가족수당 등 복지 혜택과 교육, 의료 예산을 대폭 줄여 거센 반발을 초래했다.

논란 와중에 호주 경제는 중국발 쇼크로 급속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성장률이 떨어졌고 통화 가치는 6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새로운 총리가 취임했지만 아직도 호주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하다.

당장 지난 15일 CLSA증권은 중국 성장세 둔화를 반영해 호주 경제에 상당한 비중축소 의견을 냈다.

브라질도 정치적 혼란이 심각해지고 있다.

현 정권의 긴축안이 거센 반발에 부딪치며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해 있다.

호세프 대통령이 연초에 출범하며 재정 건전성을 위해 긴축을 내걸었지만 중국 원자재 수요 둔화로 인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물가상승률이 두자릿수로 급등하면서 민심이 급격히 흉흉해졌다.

여기에다 거물급 정치인들이 연루된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 비리 스캔들이 겹치고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추락하면서 혼란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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