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시모키타자와의 성공 사례

지자체·주민·상인 머리 맞대
20년간 음악제 등 예술 지원…소규모 공연장 20여개 들어서
일본 전통시장 곳곳 노인 배려…쉼터 조성, 도시락 배달도
쇼핑하러 나온 젊은이들이 일본 도쿄 시모키타자와의 한 상점 거리를 걷고 있다. 임화진 KAIST 미래전략대학원 선임연구원 제공

쇼핑하러 나온 젊은이들이 일본 도쿄 시모키타자와의 한 상점 거리를 걷고 있다. 임화진 KAIST 미래전략대학원 선임연구원 제공

일본 도쿄 신주쿠역에서 전철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시모키타자와는 한국의 홍대와 비슷한 동네다. 도쿄대, 메이지대, 니혼대가 인접해 있고 대형 극장인 혼다극장을 비롯해 록이나 재즈 공연이 열리는 라이브하우스 20여개가 있다. 거리는 공연을 보거나 쇼핑하러 나온 젊은이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곳은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고령화로 쇠락했던 지역이다. 상점가를 둘러싼 주택가에 노인들이 몰리며 시모키타자와 거리에도 폐점하거나 오랫동안 방치된 상가가 줄을 이었다.

이 같은 위기에서 시모키타자와를 구한 것은 대규모 재개발이 아닌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이었다. 이곳 상인회와 자치구, 지역주민은 젊은이를 끌어들일 방법을 고민했다. 1990년부터 매년 2월 열리는 시모키타자와 연극제는 혼다극장이 지자체에 제안한 게 계기가 됐다. 극장은 장소를 제공하고 세타가야구는 조례 제정 등을 통해 행정 지원에 나섰다. 상인회는 기획 단계부터 참여, 행사 홍보를 담당했다. 이듬해인 1991년부터 매년 7월 열리고 있는 음악제도 같은 방식으로 꾸려졌다.

연극제와 음악제를 보러 오는 젊은이가 늘면서 라이브하우스도 하나둘 문을 열어 20여개에 이르렀다. 주변 음식점과 술집이 활기를 띠며 상권이 살아났다. 이 지역의 97%가 소규모 점포지만 가게당 매출은 도쿄 내에서도 상위권이다. 시모키타자와상인회 관계자는 “젊은이와 노인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음악제와 연극제를 운영한 게 비결”이라며 “라이브하우스에서 소음이 발생해 젊은이와 노인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상인회가 중재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공을 바탕으로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1년부터 시모키타자와에 ‘1번가이노베이션센터’를 세웠다. 상인들과 지자체가 함께 새로운 업종 개발을 논의하는 장소다. 센터는 건축 리모델링을 하려는 상인에게 건축가 자문을 주선하기도 한다.

임화진 KAIST 미래전략대학원 선임연구원은 “버블 경제가 붕괴된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본 상권 대부분이 쇠퇴했지만 시모키타자와는 여전히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인근 주민은 물론 상인들까지 노인이 됐지만 젊은이를 끌어들이기 위해 지역 문화 특색을 유지, 개발한 게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전통시장엔 대게 노인들이 장을 보다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 여기저기에 마련돼 있다. 쉼터가 시장 상가 구석에 있어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의 시장과 사뭇 다르다. 한국 시장과 달리 일본 시장은 식품 대부분을 조리해 판매한다. 집에서 스스로 밥을 해 먹는 노인보다 밖에서 식품을 사 먹는 노인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 시장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노인을 위한 도시락 배달 서비스도 하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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