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밀려드는 중동과 아프리카인은 난민(refugee)일까, 이주자(migrant)일까.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혼동해 사용하는 두 용어 사이에는 중요한 법률적 차이가 있다.

난민의 정의는 2차 대전 후 체결된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나와 있다. 인종, 종교, 국적 혹은 정치적 견해 등으로 인한 박해나 공포를 피해 고국을 탈출한 자들이다. 난민은 협약에 따라 도착한 나라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거나 임시보호를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해당국은 이들을 강제송환할 수 없다. 유엔 난민기구는 내전과 억압적인 통치로 혼란을 겪는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에리트레아 탈출자를 대표적인 난민으로 간주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최근 독일에 망명을 신청한 80만명의 시리아인을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들을 난민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면 이주자는 극심한 가난에서 벗어나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다른 나라로 떠나는 사람을 지칭한다. 이들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불법 이민자라 강제로 추방될 수 있다. 서방 언론은 유럽으로 넘어오는 중동과 아프리카인을 대체로 이주자로 표현하지만 한국 언론은 난민으로 번역해 쓰는 경우가 많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