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익률 마이너스 13% …금융위기 이후 최대 손실
대규모 청산 움직임도

유로화로 위안화 매입한 투자자 보름새 7% 까먹어
중국 쇼크에…1조달러 캐리 트레이드 '날벼락'

1조달러(약 1180조원) 규모의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시장이 최악의 시기를 맞았다.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등 ‘중국 쇼크’로 외환시장이 널뛰기 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조달 비용이 싼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로 투자했던 위안화 가치가 급락한 데다 중국의 성장 둔화 우려로 인해 고수익을 안겨줬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 통화가치가 줄줄이 사상 최저로 폭락했다. 캐리 트레이드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손실을 내고 있다.

27일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캐리 트레이드는 올 들어 13%의 손실을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손실폭이다. 캐리 트레이드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지역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다른 지역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거래다. 환전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투자한 국가의 통화가치가 떨어질수록 투자자의 손실이 커진다.

하루 거래량 5조3000억달러의 외환시장에서 캐리 트레이드는 가장 인기 있는 투자 전략이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지 않을 때 트레이더는 캐리 트레이드를 활용해 고수익을 노릴 수 있다.

주로 대표적 저금리 국가인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화 등이 조달 통화였다. 올초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 이후에는 유로화를 활용한 캐리 트레이드도 확산됐다. 트레이더는 금리가 높은 위안화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멕시코 페소화 등 신흥국 통화에 투자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11일 이후 사흘간 위안화 가치는 5%가량 급락했다.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원자재 가격은 폭락했고, 신흥국 통화가치도 급락했다.

유로화로 자금을 조달해 위안화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11일 이후 7%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 달러화로 자금을 조달한 투자자 역시 3%의 손실을 냈다. 최근 4년간 동일한 전략의 캐리 트레이드는 평균 4%의 수익률을 올렸다.

다른 신흥국 통화도 마찬가지다. 올초만 해도 엔화로 자금을 조달해 호주달러화에 투자하면 연 2.5%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었다. 중국의 수요 위축 전망으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호주달러화 가치는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고, 엔화로 자금을 조달해 호주달러화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 전략은 이달에만 6%의 손실을 냈다.

이처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트레이더들도 캐리 트레이드 시장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지프 카퍼소 호주 커먼웰스은행 외환전략가는 “당분간 위안화와 신흥국 통화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대규모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외환시장이 다시 한번 출렁일 수 있다는 경고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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