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거품 우려 제기되는 세계 부동산 시장 앞날은
미국 중국 등 주요국 증시가 주춤거리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세계 부동산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요 회원 59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이미 25개국의 부동산 가격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섰고, 나머지 34개국도 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요인은 각국의 통화정책 때문이다. 금융완화정책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매우 낮아져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들어서도 부동산 가격이 재차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자 선진국을 중심으로 ‘거품’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2012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주택가격지수를 보면 2010년 이후 미국의 주택가격은 20% 가까이 올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최고점을 기록했던 2006년 2분기와 비교했을 때도 90%에 이르는 수준이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거품 우려 제기되는 세계 부동산 시장 앞날은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거품 우려까지 나올 정도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뉴욕 보스턴 등 중심도시일수록 오름폭이 크다. 금융위기 이후 도시 간 차별화와 소득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북동부 지역 다가구 주거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아파트, 콘도 임대가 각광받으면서 주택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IMF 등 예측기관은 고용시장 개선 등으로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주택건설협회(NAHB)가 발표하는 미국 부동산 경기지표는 올해 6월에 60으로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준점인 50을 웃돌면 시장 참가자가 향후 부동산 경기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유럽 부동산 시장은 작년 1분기 이후 회복세로 돌아섰다. 그 이전부터 회복해온 영국과 독일의 부동산 가격은 거품을 우려할 정도로 급등했다. 상업용 부동산 경기도 호황이다. 지난해 영국과 독일에 각각 1065억달러, 463억달러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금이 몰려 2013년 대비 21.9%, 20.3%씩 급증했다.

그리스 사태에도 유럽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금융 완화 △영국의 부동산 구매 장려책 △독일의 건실한 경제기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 0%대의 정책금리가 대출금리를 떨어뜨리면서 부동산 시장이 안전한 투자처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유럽 부동산 시장은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내년 9월까지 예정된 ECB의 양적 완화로 유동성이 더 많이 공급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규제도 대폭 완화하고 있다. 하지만 거품 우려가 제기되는 영국과 독일의 부동산 시장은 조만간 억제책이 나오면서 위축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오랫동안 침체국면에 빠졌던 일본 부동산 시장은 작년부터 회복 조짐이 나타났다. 특히 중국인 등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이 급증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투자자금 원천별로 ‘가장 폐쇄적’이라는 종전 평가와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 외국인의 일본 부동산 구입액은 1조엔(약 9조4000억원) 정도에 달했다.

저가 매력에다 2012년 12월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추진 이후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체리피킹’(열등재나 기펜재가 아닌 한 특정상품 가격이 떨어지면 반드시 균형가격으로 수렴한다는 시장원리를 감안한 저가매수 투자전략) 차원에서 일본 부동산 투자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작년 4월 소비세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자 아베 정부가 시행한 주택대출 감세 규모 확대, 에코포인트제 등 제도적 요인도 한몫하고 있다.

일본 부동산 시장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 대비한 상업용 부동산 투자나 도시개발정비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고령화 등 인구통계학적 요인을 감안하면 지금의 회복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이다. 오히려 아베노믹스 효과가 약해지면 하락국면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증시 폭락, 경기 둔화,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 등 4대 현안을 안고 있는 중국 경제가 바람직하진 않지만 증시에 이어 부동산 거품마저 붕괴한다면 심각한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뒤늦게 심각성을 인식한 중국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작년 11월부터 부동산 정책 기조를 ‘긴축’에서 ‘부양’으로 수정했다.

시진핑(習近平) 정부는 주가 폭락이 최대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1단계 부양 수단인 금리 인하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보고 2단계 조치로 ‘중국판 양적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후 보루 성격이 짙은 이 정책의 성공 여부에 따라 올 하반기 이후 중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성장률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