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부모가 자녀에게 주택구입 자금을 증여할 때 최대 1500만엔(약 1억4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비과세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시장은 곧바로 호응했다. 2010년 일본 수도권 아파트의 신규 공급 물량은 전년 대비 22.4% 늘었다. 평균 매매가격도 4%가량 올랐다.

일본 정부는 이 제도가 경기 활성화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비과세 조치를 2019년 6월까지 연장하고, 한도 금액도 3000만엔(약 2억8000만원)으로 늘렸다.

일본은 지난 몇 년 동안 다양한 증여세 비과세 정책을 내놓고 있다. 주택 증여 비과세를 시작으로 2013년 4월에는 교육자금 증여 비과세제도를 도입했다. 부모나 조부모가 자녀와 손자·손녀에게 교육자금으로 증여한 돈은 1500만엔까지 증여세를 물리지 않는 제도다. 입학금과 수업료 등 학교에 직접 내는 비용은 물론 학용품 구입비, 학원비, 통학비, 유학을 위한 항공료 등도 포함된다.

이 제도가 인기를 끌자 지난 4월 결혼·육아자금 일괄증여 비과세제도를 추가로 내놨다. 자녀와 손자·손녀에게 결혼·육아자금으로 증여하면 1000만엔까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예식비용과 신혼주택의 월세, 출산 비용, 불임치료비, 육아도우미 비용 등에 대한 지출을 공제해준다.

일본이 증여세 비과세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노인 세대의 돈을 젊은 세대로 이전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일본 제일생명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개인 금융자산 1500조엔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 비중은 60%를 넘는다. 평균수명은 84세에 이른다. 재산을 상속받는 자녀들의 연령도 50~60대인 셈이다.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만큼 상속받아도 돈을 쓰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