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120억파운드 지출 삭감안
반대 대신 기권으로 통과시켜
향후 5년간 120억파운드(약 21조원)의 복지 지출을 삭감하는 영국 보수당 정부의 개혁안이 20일(현지시간) 야당의 묵인 아래 찬성 308표, 반대 124표로 의회를 통과했다. 노동당은 전체 232명의 의원 중 반대 48명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기권을 택해 개혁안 통과를 묵인했다.

해리엇 하먼 노동당 임시 대표는 “지나치게 관대한 복지에 반대하는 영국 국민의 바람을 노동당이 듣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사실상 개혁안 통과를 지지했다. 중진의원인 리즈 켄들 노동당 의원도 “민심을 고려할 때 노선 수정은 불가피하다”고 거들었다.

여당인 보수당이 제안한 이 개혁안은 2020년까지 복지 지출을 120억파운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구당 연간 2만6000파운드인 복지 혜택 한도를 2만파운드(런던은 2만3000파운드)로 줄이고, 주택임차료 지원을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

당초 진보 진영인 노동당과 스코틀랜드독립당(SNP)의 격렬한 반대가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 5월 총선에서 예상외의 패배를 당한 노동당은 국민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택했다. 하먼 임시 대표는 “무리한 복지 확대를 주장하다간 또다시 패배한다”며 “정부 정책에 최소한 반대표를 던지지 말아야 한다”고 의원들을 다독였다. 영국 언론은 “저소득층의 권리 보호를 기조로 하는 당론을 고려해 노동당 의원들이 적극적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지만 사실상 복지 축소를 묵인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동당은 내분이 예상된다. 이날 투표에서 당론을 거부하고 48명의 노동당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노동당 최대 후원자인 유나이티드유니언은 “하먼 임시 대표가 복지 지출을 받아들이며 보수당에 백기를 들었다”고 비판했다. 오는 9월 노동당 대표를 노리는 제러미 코빈 의원은 “내가 대표가 된다면 다시 복지 축소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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