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경감 없이는 악순환"

그리스가 채권단으로부터 긴급 지원받은 자금으로 밀린 부채를 상환하고 은행 영업을 재개하며 조금씩 정상을 되찾고 있으나,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의 위험은 여전하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부채 경감 없는 구제금융과 긴축을 반복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악순환이라는 것이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이코노미스트 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1%가 그리스가 내년 말께 유로존에서 나갈 위험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번 3차 구제금융 합의로 적어도 올해까지는 그리스가 안전하겠으나 내년에는 다시 그렉시트 위험이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응답자의 절반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요청한 860억 유로(약 108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안이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메르츠방크의 이코노미스트 피터 딕슨은 "어떠한 형태의 부채경감이 없이는 구제금융안은 절대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갚을 능력이 없는 나라에 계속 돈을 빌려주는 것은 아인슈타인이 말한 '정신이상'(insanity)의 정의, 즉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볼프강 뮌차우도 최근 칼럼을 통해 "경제가 과거와 매우 다른 양상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결국 악순환 속에 갇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리스와 채권단은 결국 어떻게든 구제금융안에 합의하겠으나 그 피해는 막대할 것"이라며 "부채 경감은 필요한 수준에 못 미칠 것이고 그리스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긴축안을 받아들여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그리스가 채권단이 요구한 긴축 조치를 이행하다 보면 경제 회복과 부채 상환은 요원해지게 되고, 치프라스 총리나 후임자는 그렉시트를 택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앞서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도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와 채권단이 "전혀 효과 없는 긴축만 반복하고 있을 뿐 변한 것이 없다"며 "그렉시트가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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