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구제금융보다 낫다는 발언을 재차 해 유럽대륙에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구제금융보다 "더 나은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렉시트 가능성을 언급한 독일 재무장관의 발언은 그리스 구제금융과 관련한 독일 하원의 법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공식적으로는 보수 연정의 의원들에게 구제금융안을 지지할 것을 독려하지만 그렉시트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두는 것으로 보인다.

쇼이블레 장관은 지난 2011년 9월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도 그렉시트 계획을 언급했다는 전언이 나올 정도로 그리스에 초강경 기조를 보여주고 있다.

쇼이블레의 최근 언급을 놓고 FT는 그렉시트를 "정치적 의제"에 다시 올려놓았다고 분석했다.

최근 협상 과정에서 독일 재무부는 '5년간 한시적 그렉시트'를 제안해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한시적 그렉시트는 결국 최종 협상안에서는 빠졌다.

독일 연정의 소수당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 의원들은 당시 그렉시트 방안을 접하고 SPD와 합의되지 않은 "쇼이블레의 단독 플레이"라고 비판했다.

중도좌파인 SPD는 유로존 결속과 유럽 통화 심화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FT는 "쇼이블레의 그렉시트 발언으로 SPD의 당수인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가 당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고 말했다.

가브리엘 부총리는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에 최선을 다한다는 게 대연정의 합일된 목표이며 한시적 그렉시트 방안은 그리스 정부가 원할 때에만 가능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몇몇 유럽연합(EU) 관리들은 또 쇼이블레 장관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참여를 꾸준히 주장하는 것은 IMF를 이용해 그렉시트 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EU의 한 관리는 그리스에 강경한 쇼이블레 장관이 그렉시트로 가는 "핑계"로 IMF를 내세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채권단의 일원인 IMF는 지난 3월 유로존의 채무 재조정 없이는 새로운 구제금융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채무 재조정 협상이 실패하고 IMF가 구제금융에서 빠지면 독일도 이를 핑계로 발을 뺄 수 있어 결국 그렉시트로 갈 수 있다는 논리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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