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막대해서 재산공개 양식에 적기 힘들어"

이민자 비하 막말로 논란의 중심에 선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69)가 역대 미국 대선에서 가장 많은 재산을 지닌 후보로 기록됐다.

미국 공화당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는 미 연방정부에 제출한 후보자 재산공개 내역에서 자신의 총 재산이 100억 달러(약 11조5천억원)로 신고했다고 AP와 AFP 통신 등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과거 대표적인 '부자 후보'였던 로스 페로와 스티브 포브스,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압도하는 재산 규모다.

트럼프가 지난해 벌어들인 연소득은 배당금, 이자, 자본소득, 임대료를 빼고도 3억 6천200만 달러(약 4천150억 원)에 이른다.

이 중에는 NBC 방송의 서바이벌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견습생) 출연료로 받은 2억 1천400만 달러(약 2천453억 원)가 포함돼 있다.

재산공개 내역에 따르면 트럼프는 500개 이상의 기업을 보유 중이며, 91%는 완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낙 재산 규모가 크다보니 트럼프 선거캠프 관계자는 재산공개 내역에 첨부한 보고서를 통해 "이 재산공개 양식은 트럼프와 같이 막대한 부를 지닌 사람에게는 적합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공개한 재산이 부풀려졌을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자신의 '개인 브랜드와 마케팅 가치'를 33억 달러(약 3조 8천억 원)라고 신고했으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그의 브랜드 가치를 1억 2천500만 달러(약 1천433억 원)로 평가한 바 있다.

심지어 포브스의 평가는 트럼프가 멕시코 이민자들에 대한 막말로 NBC 방송을 포함해 다수 기업으로부터 사업협력 중단을 통보받기 전에 이뤄진 것이다.

지난 2009년 자신의 순자산이 1억 5천만 달러(약 1천720억 원)라고 주장한 작가 티모시 오브라이언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트럼프는 당시 재판 과정에서 "내 기분이 나의 (재산)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며 재산 산정이 기분에 좌우된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막말 논란에 이어 최근 독일 나치군 이미지가 담긴 트윗으로 연일 물의를 일으키고 있지만, USA투데이와 서포크대학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2주 연속 공화당 후보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