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멕시코이민자 '성폭행범' 발언 이후 당 자중지란 양상

미국 대선레이스의 공화당 경선에 뛰어든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행보를 놓고 공화당이 연일 시끄럽다.

멕시코계 이민자들을 마약범죄자와 성폭행범에 비유하는 등 막말 '노이즈 마케팅'이 먹혀 본인의 인기는 치솟은 반면, 히스패닉 유권자 붙잡기에 부심해온 당은 타격을 받게되면서 당은 '자중지란'에 빠진 꼴이다.

결국 당 1, 2위 주자인 젭 부시 플로리다 전 주지사와 트럼프 사이에 난타전까지 벌어졌다.

포문은 부시 전 주지사가 4일 열었다.

그는 "트럼프는 지난 수십년간 민주당에 있었던 사람이다. 그가 공화당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의 견해는 공화당원들의 주류적 생각과는 너무 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뉴햄프셔 메리맥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진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서다.

부인이 멕시코 출신인 부시 전 주지사는 "트럼프는 이 문제에 있어 틀렸다"며 "그는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선동하며 주의를 끌기 위해 이런 말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즉각 성명을 내고 "오늘 젭 부시가 미국인과 동떨어져있음을 다시 입증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젭은 국경과 국경치안에 관해 아무 것도 모른다"며 "젭은 국경을 넘어 우리의 법을 깨는 불법이민자들이 '사랑 때문에' 오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놓고 야유했다.

공화당 1, 2위 주자간의 첫 난타전이다.

지난 1일 발표된 CNN의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부시 전 주지사가 19%의 지지율로 공화당 후보군 중 1위를, 트럼프가 12%로 2위를 각각 차지한 바 있다.

이 싸움에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가세했다.

롬니 전 주지사는 여전히 보수진영 내 거물로 꼽히는 인사다.

그는 4일 오후 뉴햄프셔의 독립기념일 행진에서 트럼프의 발언이 공화당에 타격을 주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며 "그가 멕시코계 미국인에 관해 한 발언은 심각한 실수"라고 비판했다.

롬니 전 주지사는 6일 부시 전 주지사 부부를 만나 힘을 실어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공화당 경선에 뛰어든 쿠바계 미국인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5일 NBC방송에 출연해 "불법 이민을 해결해야 할 필요에 대해 주의를 집중시킨 트럼프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트럼프를 한껏 띄웠다.

그러면서 "'워싱턴 카르텔'이 불법이민 문제를 무시해왔다"며 이민개혁 옹호세력을 싸잡아 비판했다.

CNN은 부시 전 주지사의 이날 트럼프 공격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히스패닉계에 큰 텐트를 치려는 공화당에서 트럼프가 목에 걸린 가시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분석했다.

앞서, 조지 파타키 전 뉴욕주지사도 최근 "트럼프의 발언은 심각하고 무례한 언행"이라며 비판했고,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도 "트럼프의 발언은 다양한 유권자 층에 다가가려는 공화당의 노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