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멕시코인 비하 인종차별 발언에 미국 골프계도 비상이 걸렸다.

부동산업계 뿐 아니라 방송과 정계까지 다양한 활동 영역을 자랑하는 트럼프는 골프와 인연도 두텁다.

전 세계 17개 골프장이 트럼프와 관련이 있다.

게다가 그냥 골프장이 아니라 골프계 종사자라면 다 인정하는 특급 코스다.

세계 정상급 선수만 출전하는 월드골프챔피언십 시리즈 캐딜락챔피언십이 열리는 도럴리조트 골프장,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푸에르토리코오픈 개최지 리오그란데골프장,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가 4대 메이저대회 우승자를 초청해 치르는 PGA그랜드슬램을 치르는 로스앤젤레스 트럼프내셔널 골프코스가 다 트럼프 소유이다.

이달 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네번째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이 열리는 스코틀랜드의 유서 깊은 링크스코스 턴베리는 최근 트럼프가 사들여 이름도 트럼프 턴베리로 바뀌었다.

2017년 US여자오픈과 2022년 PGA챔피언십도 트럼프가 가진 골프장에서 치러진다.

트럼프가 이렇게 많은 고급 골프장을 소유하게 된 것은 부동산 매입과 개발로 엄청난 재산을 일군 재테크 방식도 한몫했지만 골프를 좋아하는 취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는 골프장을 사들일 뿐 아니라 골프 대회 후원에도 열심히 나서 미국 골프계와 아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멕시코계 미국 이주민을 '마약 운반자'와 '강간범'이라고 지칭한 트럼프의 '막말' 탓에 골프계도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PGA그랜드슬램의 흥행이 신통치 않아 고민인 미국프로골프협회는 비상이 걸렸다.

올해 PGA그랜드슬램이 열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주민 절반에 육박하는 40% 이상이 멕시코계가 주류인 히스패닉이다.

캐달락챔피언십 개최지 도럴골프장 역시 히스패닉이 다수 인구를 차지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다.

트럼프의 막말이 나오자 트럼프와 관계 단절을 선언한 세계 최대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은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등지에서 특히 영향력이 막강하다.

트럼프는 골프채널과 인터뷰에서 "골프계는 나를 지지하리라 믿는다"면서 "그들도 내가 '옳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PGA투어, LPGA투어, 그리고 미국프로골프협회와 미국골프협회(USGA) 등 골프 관련 단체들은 즉각 "무슨 소리냐"며 반박했다.

이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멕시코계 주민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은 우리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다.

미국 골프계는 대체로 보수적이고 정치적으로 공화당 쪽 성향이 강하지만 과거 인종차별의 주역, 또는 인종차별을 방조한 전력이 있어 인종차별 관련 논란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지금까지 더없이 끈끈하던 트럼프와 미국 골프계의 장래가 시험대에 오를 조짐이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