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 "건강보험 정부보조금 합헌"…오바마케어 논란 '마침표'
미국 연방대법원이 25일(현지시간)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의 정부 보조금 지원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뉴욕타임스(NYT)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사진)이 자신의 업적(legacy)을 지키기 위한 힘든 투쟁에서 또다시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외교·경제 분야 1순위 아젠다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타결할 수 있도록 신속협상권(TPA)을 의회로부터 쟁취한 데 이어 하루 만에 자신의 최대 업적인 오바마케어의 중대 걸림돌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오바마케어 정부 보조금 합헌”

미국 대법 "건강보험 정부보조금 합헌"…오바마케어 논란 '마침표'
2010년 도입돼 2013년 처음 시행된 오바마케어는 민영보험에만 의존해온 미국의 의료보험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대한 의료보험 혜택 및 보조금 등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정규직 50명 이상 기업은 직원들에게 건강보험 제공을 의무화했다.

대법원은 이날 오바마케어 보조금에 대한 위헌 여부의 최종 심사에서 6 대 3으로 “위헌이 아니다”고 결정했다. 판결의 쟁점은 세액공제 형태로 오바마케어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연방 보조금의 법 위반 여부다. 오바마케어는 주(州)마다 온라인 건강보험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소비자가 이곳에서 보험상품을 구매하면 보조금을 주도록 돼 있다. 그러나 공화당 성향이 강한 34개주는 웹사이트를 개설하지 않았고, 이 지역 주민 640만여명은 연방정부가 통합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건강보험을 구매하고 있다. 공화당 측은 연방정부 웹사이트 가입자에게도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걸었다.

오바마, “정치공격 중단해야”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법원이 공화당의 손을 들어줬다면 오바마케어가 좌초되고 의료산업이 대혼란에 빠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640만여명이 1인당 평균 272달러, 가구당 1000달러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돼 보험 취소 사태가 잇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결정문에서 “의회는 건강보험시장을 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개선하기 위해 건강보험개혁법을 통과시켰다”며 “재앙적 결과를 피하려면 국가에서 세액공제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법 조문에 문제점이 있지만 당초 의회가 법을 시행한 의도, 즉 ‘복지 인프라 구축’이라는 것을 고려한 판결이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케어가 존폐 위기에서 회생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2년에는 개인 의무가입 조항이 대법원의 위헌심리를 받았다. 당시에는 5 대 4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NYT는 대법원이 이번에 6 대 3의 비교적 큰 차이로 합헌 결정을 내린 점에 주목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2017년 퇴임한 이후에도 오바마케어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판결이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건강보험개혁법은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케어가 일자리를 죽이고 곧 사망선고를 받을 것이란 온갖 악선전에도 불구하고 수천만명의 미국인을 돕고 있다”며 “이제 정치적 공격은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폐지 노력 계속할 것”

이번 판결로 공화당은 큰 타격을 입었다. 재정부담과 일자리 감소 등을 이유로 오바마케어에 반대해온 공화당은 그동안 50여차례 폐지법안을 발의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었던 이번 법적 다툼에서도 완패했다. 오바마케어 가입자가 대부분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대선에서도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화당 1인자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트위터 글에서 “오바마케어로 수백만 미국인의 비용부담이 늘고 있으며 대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법 폐지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측은 오바마케어가 ‘일자리 킬러’라고 비판한다. 정규직 50명 이상 기업은 직원 건강보험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정규직 채용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들은 오바마케어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여 내년 대선정국에서 다시 정치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