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없은' 이라크전쟁에서의 철군을 약속하며 대통령에 당선됐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후반 다시 이라크의 수렁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 의 수중으로 넘어간 이라크 안바르 주의 탈환을 위해 새 군사훈련소를 이곳에 설치하고 미군 450명을 추가로 투입하면서다.

이로써 이라크 현지의 미군 군사고문단 규모는 3천500여 명으로 늘게 된다.

고문단이 주둔하는 이라크내 기지도 5곳이 됐다.

이들은 이라크군에 대한 '자문과 지원'이라는 2개의 임무를 맡게 된다.

미 언론은 6년 전 이라크와의 '깨끗한 단절'을 약속하며 대통령이 된 그가 '곤경'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자신이 끝내려고 했던 전쟁으로 집권 후반 다시 빨려 들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지상군마저 다시 이라크로 보내라는 정치적 압력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지상군 파견을 압박해온 공화당은 공화당대로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 부재를 비판하고 있고 우군이 돼야 할 민주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불필요하게 이라크에의 개입을 높여가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연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IS 격퇴 전략 부재를 비판하며 지상군 투입을 주장해온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은 고문단 추가투입 결정 후 오바마 대통령의 우유부단함이 과거 베트남 전쟁의 실수를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발진한 미군 폭격기의 대다수가 지상의 목표물을 찾지 못해 폭탄을 떨어뜨리지 못하고 귀환한다"며 "로버트 맥나라마 전 국방장관 아래서 비슷한 전략이 횡행했다"며 베트남전의 실패를 상기시켰다.

미 공화당계 정책연구기관인 미국기업연구소의 프레드 케이건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오바마 대통려의 조치에 대해 "터무니없다. 전장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공습의 효과를 끌어올리려면 정찰병력을 투입해야 한다"며 지상군 파병을 주장한 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초기와 달라진 이라크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현재로선 지상군 파견은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2003∼2011년 미군 3천491명이 숨졌던 이라크로 또다시 지상군을 보낼 수 없으며 훈련받은 이라크군이 주도가 돼 IS를 격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라크 정부군에 대한 훈련을 강화하는 것과 더불어 친정부 수니파 부대를 육성함으로써 '반(反) IS 동맹군'의 전력을 대폭 보강하겠다는게 미 정부의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벤 로즈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왜 미국이 공습지원을 위한 정찰병력 및 아파치 헬기를 지원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선택을 살펴보고 있다"며 "그는 IS와 싸우는 이라크군을 강하게 해 그들 스스로 중심이 돼 전쟁을 수행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이러한 구상은 적지않은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게 미 언론의 평가다.

무엇보다 이라크인 신병모집이 상당한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8천900여 명의 이라크군을 훈련시켰다.

하지만, 최근 현지에 파견된 자문단을 완전히 활용할 수 있는 규모 정도의 신병조차 선발하지 못하고 있다.

안바르 지역 서부의 알아사드공군기지는 최근 3개월간 단 한 명의 이라크 신병도 뽑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덤 쉬프(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증파 결정을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수니파를 IS 격퇴전에 끌어들이기 위한 이라크 정부의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며 "IS가 이라크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웃 시리아의 내전을 악용하고 있어 미군의 지원만으로는 IS 격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수니파가 시아파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IS로부터 수니파를 떼어낼 방법이 없다"며 "즉 정치적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싸움에서 계속 승리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