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 내용 보도…"한국은 회원국 5위인 37억불 출자"

중국은 자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초기자본금 1천억 달러 가운데 297억8천만 달러를 분담할 것이라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전했다.

한국의 출자 규모는 37억 달러로 중국, 인도, 러시아, 독일에 이어 세계 5위이고, 아시아권에서는 4위로 알려졌다.

중국은 결국 25∼30%의 지분율을 확보하게 돼 AIIB의 주요 의제에서 거부권 행사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WSJ은 AIIB의 57개 창립 회원국 대표들이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연 수석교섭관 회의에서 합의된 AIIB의 정관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AIIB의 자본금 1천억 달러 가운데 750억 달러는 아시아·태평양 국가가, 250억 달러는 그 외 지역의 국가가 분담한다.

아·태 지역 분담금 상위 10개국은 중국이 297억8천만 달러로 가장 많고 이어 ▲인도 84억 달러 ▲러시아 65억 달러 ▲한국 37억 달러 ▲호주 37억 달러 ▲인도네시아 34억 달러 ▲터키 26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 25억 달러 ▲이란 16억 달러 ▲태국 14억 달러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타 지역에서는 독일이 45억 달러로 수위였고 이어 ▲프랑스 34억 달러 ▲브라질 32억 달러 ▲영국 31억 달러 ▲이탈리아 26억 달러 ▲스페인 18억 달러 ▲네덜란드 10억 달러 ▲폴란드 8억 달러 ▲스위스 7억 달러▲이집트 7억 달러였다.

지분율은 회원국의 출자금, 경제 규모 등이 반영된 공식에 의해 다시 산출된다.

그러나 분담금 규모와 비례해 지분율의 최소 75%는 아·태 국가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AIIB에서는 국제무대에서 그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이들 국가의 발언권이 강해지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중국의 지분율이 당초 검토되던 50% 가까운 수준에서 25∼30% 선으로 줄더라도 중국은 AIIB의 구조, 회원자격, 자본증가 등과 관련한 주요 결정에서 거부권(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주요 의제는 의결권 75%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한다는 정관 조항 때문이다.

다만, 각 국의 지분율은 앞으로 변할 여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 베이징(北京) 소식통들에 따르면 한국의 지분율은 5위에 해당하는 3.5% 안팎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AIIB는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미국, 일본이 주도하는 기존 기구에 비해 '슬림'하고, 의사 결정이 빠른 구조를 갖출 것이라고 창립 관계자들이 전했다.

AIIB는 본부를 베이징에 두고, 영어를 공용어로 하며, 주요 프로젝트에 대한 입찰을 회원국뿐 아닌 모든 국가에 개방할 계획이다.

이사회는 급여를 받지 않는 비상근 이사들로만 구성하게 된다.

창립 협정문 서명식은 이달 말 베이징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10개 회원국이 비준해 의결권을 50%만 넘기면 업무를 시작하며, 그 시기는 올해 말로 예상된다.

아시아지역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다자개발은행인 AIIB는 그동안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질서를 견제하기 위해 고안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