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 북한 돈 구입 적극 권유
일반인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투자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북한 돈과 채권에 투자하면 대박이 날까

“북한 투자에 전 재산을 걸겠다.” 다른 사람이 아니고 상품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가 한 말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미쳤다’고 할 정도로 로저스의 북한 사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는 말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에 투자하려면 북한 경제가 좋고 앞으로 계속 좋아질 것인가부터 따져봐야 한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성장률, 물가 상승률 등과 같은 경제통계를 발표하지 않는다. 매년 6월 한국은행이 직전 연도 성장률 등을 추정해 발표하는 것으로 북한 경제 동향을 알 수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이달에 발표한다.

북한 경제는 농업 등 1차 산업에 좌우되는 전형적인 천수답 구조다. 기상조건이 좋아 이례적으로 풍작을 기록해 3%대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던 2008년 이후 극심한 가뭄 피해로 마이너스 성장세가 지속됐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기상조건이 다소 호전되면서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섰으나 성장률은 1%대의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북한 돈과 채권에 투자하면 대박이 날까

북한 경제의 앞날은 더 어둡다. 유엔 등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시장경제 도입 등의 획기적인 개혁 조치가 없으면 북한 경제가 살아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북한 주민의 생활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1년 ‘아랍의 봄’ 사건 이후 공포정치로 치닫고 있는 김정은 체제가 머지않아 붕괴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늘어나는 추세다.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면 북한 투자를 왜 하라는 것인지는 추천하는 투자대상을 보면 답이 나온다. 크게 북한 돈과 채권이다. 짐 로저스는 싱가포르 국제화폐박람회 등에서 북한 돈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인은 암시장을 통해 북한 돈을 구할 수 있다. 그만큼 탈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북한 돈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것은 화폐교환비율 때문이다. 독일의 예처럼 약세국인 동독이 강국인 서독에 흡수 통일될 경우 화폐교환비율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동독 화폐를 갖고 있는 사람은 이득을 볼 수밖에 없다. 동서독 통합 때 동독 화폐는 현실 가치보다 높은 ‘1(서독)=1.8(동독)’로 교환하도록 합의했기 때문이다.

동서독 통합의 전례를 그대로 남북한에 적용해 보자. 현재 남한 화폐는 달러당 1100원 내외, 북한 화폐는 암시장에서 8000원에 거래된다. 남북 통일 후 화폐교환비율을 ‘1(남한) 대 7.27(북한)’보다 낮게(1 대 3) 설정하면 현시점에 북한 돈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이익을 보게 된다. 동서독처럼 ‘1=1.8’로 설정한다면 400% 이상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북한 채권투자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북한 채권은 1970년대 후반 서방에 대해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 이전에 발행한 것과 선언 이후 북한 채권 유동화 목적으로 서방은행이 재발행한 것으로 구분된다. 투자 목적은 북한의 변제능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이유보다 남북한 통일 때 볼 수 있는 이익 때문이다.

독일은 동서독 통합 이전의 동독 정부 채무를 통일 독일 정부의 채무로 간주한 전례가 있다. 북한 채권도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서 통일의 기대가 높아질 때마다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을 당시 액면가 1달러당 가격이 30센트까지 급등해 가장 높았던 적이 있었다.

현재 북한 채권 가격은 액면가 1달러당 10센트 안팎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 김정일 체제에서는 4센트까지 추락했다. 친인척과 권력층에 대한 숙청이 잇따르는 가운데 북한 채권이 거래되고 가격이 오르는 것은 김정은 체제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액면가 1달러짜리 북한 채권을 현재가 10센트에 산 투자자는 통일 한국이 북한의 채무를 떠안아 액면가대로 변제한다면 900% 수익이 난다. 북한 채권의 잔액을 감안하면 액면가대로 변제하더라도 통일 한국으로선 큰 부담이 되지 않겠지만 이런 방식으로 변제한 전례는 없다. 북한 채권 투자자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 채권 투자자와 통일 한국이 공동 분담해 ‘헤어컷(손실분담)’ 비율을 50%로 설정한다면 수익률은 200%로 줄어든다. 북한 채권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국채처럼 특수채만 취급하는 영국 금융중개회사 이그조틱스에서 구입할 수 있으나 보통 때는 매물이 안 나온다. 북한은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국가신용등급을 평가받지 못한다.

로저스 등이 북한 돈과 채권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남북한이 언제 통일될지 모른다. 통일이 된다 해도 남북 화폐 간 교환비율이나 북한 채권에 대한 헤어컷 비율 등이 어떻게 결정될지 불확실하다. 재테크의 생명은 같은 수익률을 내더라도 투자기간이 짧아야 하고 수익이 확실해야 한다. 일반인에게는 권유하지 않는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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