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저평가 논란

"환율 시스템 개혁 긍정적"…10년여 만에 중국 편들어줘
中, SDR 편입 속도낼 듯

"미국, AIIB 완패로 IMF 영향력 줄어든 듯"
IMF "위안화 저평가 해소"…"中 환율 조작국" 주장해온 美와 충돌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 위안화 가치가 더 이상 평가절하돼 있지 않다고 선언하면서 미국이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그동안 IMF와 한목소리로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해 온 미국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국제 금융질서에 판도 변화가 일어나고, 그 여파로 미국과 IMF의 ‘찰떡 공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안화 더 이상 저평가되지 않아”

IMF는 26일(현지시간) 발표한 중국 경제 연례 보고서에서 “위안화 평가절하가 과거 대외불균형(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의 주된 원인이었다”며 “그러나 지난해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평가절상이 이뤄져 더 이상 저평가된 수준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있다며 중국의 외환정책을 비난해 온 IMF가 10여년 만에 태도를 확 바꿨다”고 분석했다. 위안화 환율은 2004년 달러당 8.28위안에서 작년 말 6.16위안(현재는 6.21위안)까지 떨어졌다. 고정환율제도에서 관리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한 이후 10년여 동안 25% 평가절상된 것이다. 지난해 유로화, 엔화 등 주요국 통화가 달러에 비해 평가절하됐을 때도 위안화는 강세를 보였다.

IMF는 위안화의 국제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위안화가 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되기를 바라는 중국당국의 요구를 환영한다”며 “중국과 이 문제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SDR은 IMF가 5년마다 주요 4개 통화의 시세를 가중평균하는 방법으로 가치를 결정한다. 2010년 통화별 가중치는 달러화 41.9%, 유로화 37.4%, 파운드화 11.3%, 엔화 9.3% 등이었다. IMF의 SDR 편입 심사 결과는 오는 11월에 발표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지난달 베이징을 방문해 “위안화의 SDR 편입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IMF에서 美 ‘입김’ 약해졌나

미국 정부는 IMF 보고서와 관련, “최근 위안화 절상을 환영한다”면서도 ‘상당히 저평가됐다’는 기존 평가를 유지했다고 FT가 미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IMF 보고서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IMF의 정책공조에 틈이 생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IMF 총재는 전통적으로 유럽 몫이지만 미 재무부가 사실상 ‘지배’해왔다. 미 재무부 출신이 맡아오고 있는 수석부총재(현 데이비드 립튼)가 총재를 능가하는 파워를 갖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는 압도적인 지분율(17.7%)과 우방국들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IMF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이 미국 우방국의 대거 참여로 본궤도에 오르면서 IMF 내부에서 미묘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AIIB를 둘러싼 미·중 간 대결에서 미국이 ‘완패’하면서 IMF 내에서도 미국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중국담당 이코노미스트 야오 웨이는 “위안화가 더 이상 저평가돼 있지 않다는 IMF 평가는 정치적 의미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최근 “AIIB 설립은 미국이 글로벌 경제 시스템의 보증인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는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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