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한국'을 위한 제언

"국민에게 인기없는 정책도 상황 따라 반드시 필요해"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이날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주포럼 2015’ 행사 특별세션(통독 이후 구조개혁과 한반도 통일의 조건)에도 참석했다. 그는 “한국의 통일이 안착하려면 통일 직후 구조개혁의 고통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통일 후 10년간 구조개혁을 게을리해 사회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고 ‘유럽의 병자’로 불리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는 것이다.

서독은 동독을 흡수통일한 뒤 막대한 통일비용을 쏟아부어 국가부채가 1991년 5000억유로에서 10년 만에 1조1000억유로로 두 배가 됐다. 또 실업률 증가와 의료·연금·실업보험 등의 재정적자 확대로 성장이 둔화되고, 국가경쟁력은 약화되는 혼란을 겪었다.

슈뢰더는 1998년 총리 선출 후 이 같은 통일 후유증을 해소하기 위해 노동·연금·재정분야 개혁(아젠다2010)을 강력 추진했다. 특히 노조와 여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는 노동 개혁안과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는 연금개혁을 밀어붙여 ‘독일병’을 고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를 ‘독일을 구한 지도자’로 평가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당시 독일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전력을 다해 구조개혁에 임했고 결국 독일의 눈부신 발전으로 이어졌다”며 “구조개혁은 초기에는 고통스러운 결과를 수반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성공적이라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인기가 없고 환영받지 못하는 정책도 상황에 따라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치인은 선거에 진다는 리스크가 있더라도 국민과 나라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정책을 추진하는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 자신이 구조개혁을 추진하다 2005년 총선에서 실패했다”며 “그래도 그때 결정이 잘한 선택이었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슈뢰더 전 총리는 한반도 통일 시기와 관련, “독일 통일도 많은 사람이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하던 바로 그 순간 실현됐다”며 “한반도 통일도 부지불식간에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일 사전 작업으로 남북한 간 지속적인 대화와 긴장 완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독과 동독이 40년 가까이 분단돼 있었지만 서로 적대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남북한은 서로를 적대시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것부터 바꿔야 통일 후 혼란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옛 동독보다 더 낙후돼 있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통일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며 “통일을 준비한 다양한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가동하면 당장은 비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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