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2기 정부가 앞으로 5년간 10만명의 공무원을 감축하기로 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다. 영국 일반직 공무원 43만9000명(지방자치단체 비정규직 등 제외)의 20%를 넘는 거대한 규모다. 놀랄 만한 일이다. 2009년부터 시작된 1기에서도 9만명을 감축했다. 공무원 조직을 최대한 슬림화해 만성적인 공무원연금 적자를 개선하고 국가부채도 해소하겠다는 것이 캐머런의 의지다. 공무원연금을 담당하는 노동연금부 직원 8만명 중 3만명을 줄이겠다는 것에서 공공개혁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캐머런 정부가 출범하면서 시작한 공공개혁은 그야말로 지난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앞선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가 폈던 선심쓰기 복지정책으로 공무원 수가 크게 늘어나 있었고 국가부채는 가히 천문학적이었다. 당장 공무원 수를 줄이고 연금 수령 시점을 늦추는 계획을 추진했다. 공무원들은 즉각 반발했고 파업을 불사했다. 선거에서 앙갚음을 하겠다는 위협도 있었다. 하지만 캐머런 정부는 개혁을 꿋꿋이 밀고나갔다. 영국 국민은 지난 7일 총선에서 오히려 캐머런의 손을 들어줬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캐머런은 곧바로 공공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860억파운드의 재정적자를 2019년까지 70억파운드 흑자로 돌려놓겠다고 강조했다. 공무원 감축분은 IT 자동화 등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미래 공공조직 업무의 형태와 인력 규모를 지금 확실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계산도 있다. 이런 것이 연금개혁이요 공공개혁이다. 캐머런이 그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공무원 수는 공식적으로 100만명가량이다. 하지만 비정규직과 비영리 공공기관 종사자, 군인 등 소위 ‘숨겨진 공무원’을 포함하면 20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지금 공무원을 줄이는 작업은커녕 공무원연금 개혁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라다. 복지와 연금 관련 IT 정보망은 세계 최고라고 하지만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한다. 공공개혁의 당위성은 온데간데없고 정치권은 국민연금까지 끌고들어와 뒤범벅을 만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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