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前 금융위원장

한국-론스타, 막오른 5조원대 ISD 공방
ICSID, 24일까지 1차심리
"소송 낸 론스타 자회사는 유령회사라는 점 집중공략"
막오른 5조 ISD 공방…"론스타 차별 안했다"

소송액이 5조원에 이르는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투자자국가소송(ISD) 공방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시작됐다.

세계은행 산하 중재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지난 15일 세계은행 ICSID 회의실에서 한국 정부와 론스타 관계자 등 소송 당사자와 대리인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심리를 벌였다.

이번 소송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사진)은 이날 미국에 입국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해외 투자자에 공정하고 적법하게 대응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며 “사실과 진실에 근거해 증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승소 가능성’을 묻자 “증인으로 출석하는 입장에서 이런저런 문제에 대해 말하는 게 우리 정부에 이롭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전 전 위원장은 HSBC가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계약을 맺었다가 계약을 철회한 2008~2009년 금융위원장으로 재직했다. 금융위는 당시 외환은행 헐값 인수 의혹과 외환카드 주가 조작 등의 문제로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승인 절차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매각 승인 지연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지 (론스타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없었던 것은 다 아는 사실로, 그런 점을 잘 설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막오른 5조 ISD 공방…"론스타 차별 안했다"

한국 "기선 잡겠다"…치열한 법리공방

이번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투자자국가소송(ISD)은 LSF-KEB홀딩스 등 론스타 벨기에·룩셈부르크 자회사 8곳이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지연시키고 부당하게 세금을 매겨 46억7900만달러(약 5조10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며 2012년 11월 ICSID에 중재를 신청한 데서 비롯됐다.

지난 15일 오전 미국 워싱턴DC의 세계은행 산하 ICSID 회의실에서 비공개로 열린 첫 심리에서 한국 정부와 론스타 측은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양측 모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합동대응팀을 이끄는 김철수 법무부 국제법무과장은 심리를 시작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대응해왔다”며 “심리 첫날인 만큼 기선을 제압하는 측면에서라도 잘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론스타 측과의 타협 가능성에 대해 “일반론적으로 타협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지만 아직 구체화된 게 없고 론스타로부터 중재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론스타는 이날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정부 합동대응팀은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6개 정부부처 팀장급 실무자들로 구성됐다.

이날 심리에서는 외환은행 매각승인 절차를 둘러싼 론스타의 주장과 한국 정부의 반론을 청취하는 구두심문이 진행됐으며 초반부터 첨예한 기 싸움이 펼쳐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소송을 제기한 LSF-KEB홀딩스 등 론스타 벨기에·룩셈부르크 자회사 8곳이 모두 페이퍼컴퍼니로 사업적 실체가 없는 유령회사라는 점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전해졌다.

18일부터는 외환은행 매각 승인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전광우·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 당시 금융감독당국 및 경제부처 수장들이 대거 증인으로 참석한다.

이번 소송의 주요 쟁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지연 여부와 과정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협정(BIT) 적용을 비롯해 소송의 성립 여부를 다투는 관할권 문제 △론스타에 대한 과세의 부당성 여부다. 오는 24일 1차 심리가 마무리된 이후 6월29일부터 열흘간 2차 심리가 열린다. 최종 판결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나올 전망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