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옐런 수수께끼' 풀지 못하면 세계 증시 급락한다
지난 4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 이후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음에도 시중금리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대표적인 장기채 금리 중의 하나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달 들어 올해 최저치보다 0.6%포인트 정도 급등했다. 기복이 있지만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의 국채금리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경제 기초 여건 면에서 장기채 금리는 상승하기보다 더 낮아져야 한다. 올해 1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은 한파, 달러 강세 등의 부담으로 0.2%로 둔화됐다. 작년 3분기 5%, 4분기엔 2.2%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Fed의 물가 목표선인 2%보다 훨씬 낮은 0%대로 떨어졌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옐런 수수께끼' 풀지 못하면 세계 증시 급락한다
장기채 위주로 국채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기형적인 ‘수급 여건’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Fed는 국채 매입을 통해 세 차례에 걸쳐 양적 완화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금융과 실물 간 연계성을 강화할 목적으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단기채를 매도한 자금으로 장기채를 매입하는 정책)’를 추진함에 따라 장기채에 대한 수요가 집중됐다.

4월 Fed 회의 직전까지 장기채 시장을 중심으로 매도 세력이 거의 실종된 수요 위주의 편향적인 수급구조가 심해져 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수급 여건에서는 소규모 매도물량만 나오더라도 채권값이 급락(금리 급등)하는 ‘순간 폭락’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국채금리가 장기채 위주로 상승함에 따라 외형상으로는 장단기 금리 간 수익률 곡선이 정상을 되찾고 있다. 과거 금리인상을 전후로 장기채 금리가 떨어져 수익률 곡선이 평탄화되거나 오히려 역전된 때와는 구별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정책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올해는 수익률 곡선이 평준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대 가설’, ‘유동성 프리미엄 가설’, ‘분할시장 이론’ 등에 따르면 금융과 실물 간 연계가 강할 때는 수익률 곡선이 우상향하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이다. 수익률 곡선이 우상향해 단기채 금리보다 장기채 금리가 높은 ‘단저장고’ 현상이 발생할 경우 특정국 경기가 회복되는 것으로 판단한다.

반대로 수익률 곡선이 우하향해 단기채 금리가 장기채 금리보다 높은 ‘단고장저’ 현상이 발생할 경우 특정국 경기가 침체국면에 진입하는 것으로 판단해도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최근처럼 금융과 실물 간 연계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유동성이 과다하게 풀려있을 때는 수익률 곡선의 형태로 경기를 판단하다간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

월가에서는 10년 전 많은 파장을 몰고 왔던 ‘그린스펀 수수께끼’라는 용어가 다시 들린다. 한때 세계경제 대통령으로 불렸던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의 이름을 딴 용어다. 정책금리를 올리더라도 시중금리는 떨어져 의도했던 금리인상 효과를 거둘 수 없는 현상을 말한다.

10년 뒤인 최근에 Fed는 ‘옐런 수수께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월 Fed 회의 이후부터 월가를 중심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옐런(재닛 옐런 Fed 의장) 수수께끼는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는데도 오히려 장기채 금리가 오르는 ‘그린스펀 수수께끼’와는 정반대 상황을 말한다.

옐런 수수께끼는 여건이 성숙되지 않는데도 정책금리를 올리는 성급한 출구전략과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이 경우 1930년대 당시 Fed 의장이었던 에클스가 성급한 출구전략 추진으로 대공황을 낳게 한 ‘에클스 실수’에 대한 우려가 급부상할 수 있다. 달러 강세로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장기채 금리가 오를 경우 추가 달러 강세로 미국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옐런 수수께끼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와 글로벌 증시 앞날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간단한 것은 장기채 금리상승에 맞춰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이다. 경기가 과열일 때는 이 방안이 바람직하지만 최근처럼 경제여건이 받쳐주지 못할 때는 오히려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발권력을 동원하거나 ‘OT’로 조성된 재원으로 장기채를 매입해 장기채 금리를 내리는 일이다. 가뜩이나 매도 세력이 실종돼 있는 수요 위주의 국채수급 구조를 더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 유동성도 더 풀려 경고등이 켜진 자산시장에 거품을 더 심화시켜 현실적으로 곤란하다.

이 때문에 Fed는 정책금리를 올리거나 OT를 추진하기보다는 종전과 다른 제3의 방식으로 통화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채 위주로 왜곡된 수급구조를 풀기 위해 기한을 정해 국채 매도 물량을 수요에 맞춰 조절해 나가는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추진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