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조원 추정 가스계약 조건 합의…미 미사일방어체제 정면 비난
"역사 부정·왜곡 안돼" 이구동성…미일 vs 중러 대결구도 가속


"우리의 위대한 친구!"
8일 오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끝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이렇게 평가했다.

두 정상은 이날 상대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지역 경제협력구상을 서로 지지하고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는 현재 옛소련권 경제공동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이끌고 있고 중국은 유럽-아시아를 잇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추진 중이다.

이날 회담에서는 의미심장한 경제협력 관련 합의들이 이뤄졌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수백 조 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서부노선' 가스 공급 계약이다.

양국의 국영에너지 회사인 가스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중국석유·CNPC)은 이날 두 정상의 승인을 거쳐 '서부노선'을 통한 대중 가스공급 프로젝트의 '기본조건'에 합의했다.

양국은 지난해 5월에도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상하이(上海) 정상회담을 계기로 10년 넘게 끌어온 대규모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액은 4천억 달러(약 405조 원)로 추정된다.

당시 이 사업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러 제재에 대한 돌파구라는 분석이 나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서부노선' 합의 역시 중국의 대러 지원사격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시 주석은 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중부 도시 카잔을 잇는 고속철도 프로젝트에 1조 루블(197억 달러·21조 4천670억 달러)을 투자하기로 약속하며 '위대한 친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중국도 이번 회담으로 챙긴 것이 적지 않다는 해석이 많다.

우선 동중국해, 남중국해의 영유권 문제를 놓고 미국과 일본, 필리핀 등으로부터 '포위 공격'을 받는 입장에서 중러 관계의 격상을 통해 '반격용 포석'을 한층 강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의 최대 발명품인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보면, 푸틴 대통령과의 이번 만남을 계기로 또 하나의 '지렛대'를 마련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을 최고 수준으로 환대했다.

러시아는 시 주석 전용기가 착륙한 공항에서 환영 열병식을 거행했다.

러시아의 고위급 관료들도 대거 출동했다.

두 정상은 '미사일방어체계'(MD)을 강력히 비판하며 미국에 대한 공동 견제행보도 연출했다.

두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양국이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에 합의하고 "일방적으로 전세계적인 범위의 미사일방어시스템을 개발하고 배치하는 것은 국제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지구의 전략적 안정과 안보를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역사왜곡' 움직임에 대해서도 동일한 목소리를 냈다.

시 주석은 모스크바 도착 직전 러시아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역사를 잊는 것은 배반을 의미한다"고 경고했고, 푸틴 대통령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들을 보고 있다"며 러중 양국이 2차 대전의 진실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은 9일 붉은광장에서 열리는 대규모 전승기념 열병식을 함께 치르고 이달 중순에는 지중해에서 처음으로 '해상연합-2015(1)'이라는 이름 아래 군사훈련도 실시한다.

러중 양국이 최근 방위지침 개정으로 대폭 격상된 미일 군사동맹에 맞서 사실상의 안보·군사 동맹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대목들이다.

(모스크바·베이징연합뉴스) 유철종 이준삼 특파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