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이번엔 '노동생산성 높이기'
일본 정부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성장전략의 하나로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추진한다. 내년 4월 공무원을 대상으로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기로 하는 한편 기업에는 ‘아침형 근무’ 확산을 주문하고 나섰다. 근무 여건을 개선해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처하고, 불필요한 야근을 줄여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의도다. 지난해 법인세율 인하로 대표되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 이어 일하는 방식 개혁이 오는 6월 추가 발표될 성장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 보도했다.

◆20만 공무원 유연근무제 시행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공무원 인사를 관할하는 인사원의 권고에 따라 내년 4월부터 유연근무제를 대대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유연근무제는 ‘집중근무시간’을 정한 뒤 앞뒤로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하는 근로 형태다. 유연근무제가 확대되면 자위대원 등을 제외한 20만명이 적용 대상이 된다. 일본 정부는 이에 앞서 기업도 유연근무제를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아침형 근무를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정부 전 부처를 대상으로 7~8월 조기 근무와 정시 퇴근을 시행하도록 지시했다. 시오자키 야스히사 후생노동상은 지난 20일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일본 게이단렌 회장을 만나 기업이 아침형 근무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3대 경제단체 중 하나인 일본상공회의소, 최대 노조단체인 렌고에도 이를 요청할 예정이다.

일부 기업에는 이미 하루를 일찍 시작해 빨리 끝마치는 근무 형태가 확산되고 있다. 이토추상사는 작년 5월부터 오후 10시 이후 야근을 금지하는 대신 오전 5~9시 근무에 대해 ‘조조할증’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고액연봉자를 대상으로 성과급제도도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 4월부터 연봉 1075만엔(약 1억원) 이상 금융, 종합상사 등 대기업 직원을 중심으로 시간외 근무수당 없이 성과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고급전문가제도’가 시행된다.

◆노동생산성 향상 시급

아베 2차 내각은 2013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성장전략은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화살’인 대규모 양적 완화와 재정지출 확대에 이어 국가의 장기 성장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세 번째 화살이다. 2013년 발표한 성장전략은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할 산업경쟁력 강화법을 제정하고 국가전략특구를 설치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지난해에는 법인실효세율을 20%대로 인하하고 농업·의료개혁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일본 정부가 올해 새로운 성장전략의 핵심으로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추진하기로 하는 것은 생산성 향상이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노동생산성마저 개선되지 않으면 아베 총리의 ‘2% 성장’ 목표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연근무제가 확산되면 육아 부담이 높거나 부모를 간호하는 사람도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침형 근무 확산은 불필요한 야근을 줄여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일본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0달러로, 선진 7개국 중 가장 낮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