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폴크스바겐(VW)의 오너가 경영인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내분 재연' 여부와 함께 마르틴 빈터코른 최고경영책임자(CEO)의 거취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포르쉐 창업주 일가의 실력자이자 포르쉐 대주주인 VW의 페르디난트 피에히 회장이 10일 시사 주간 '슈피겔' 측에 핵심 측근인 마르틴 빈터코른 최고경영책임자(CEO)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피에히 회장의 사촌인 벤델린 비데킹 포르쉐 회장이 2005년에 VW 인수를 기도하면서 시작된 양가의 내분은 이를 주도한 비데킹 회장과 그의 오른팔 호거 헤르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사임, 4년 만에 피에히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된 바 있다.

당시 피에히 회장은 포르쉐를 인수하는 역공을 통해 베른트 피셰츠리더 CEO를 내쫓고 아우디 부문 책임자로 있던 마르틴 빈터코른(현 CEO)을 후임자로 임명했다.

FT는 피에히 회장의 발언 배경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빈터코른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이 말이 CEO 경영능력에 의문을 표시, 입장을 약화시킨 것으로 논평했다.

전문가들은 피에히 회장이 경영권 다툼에서 승리한 2009년 이후에도 내분의 불씨가 꺼지지 않은 채 10년째 이어져,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게 아닌가하고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피에히 회장의 또 다른 사촌으로 VW의 의결주 50.7%를 쥔 포르쉐 SE 홀딩사의 볼프강 회장은 12일 "피에히 회장 발언은 개인적 의견일 뿐 가문 전체가 동의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빈터코른과 밀접한 한 인사는 FT에 "피에히 발언이 빈터코른의 거취에 영향을 줄 것 같지 않고, 임기(2016년)도 남아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빈터코른이 2007년 VW 경영 참여 후 매출액면에서 도요타와 제너럴 모터스(GM)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공로도 인정받고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빈터코른은 13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산업박람회의 폴크스바겐 전시장을 찾을 예정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방독 중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영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빈터코른이 미국시장의 핵심모델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이 피에히 회장 발언의 배경이라면 거취와도 관련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피에히 회장은 실적 불량 경영자들에 대한 인내심이 적은데다 과거에도 몇마디 말로 고위 간부의 운명이 바뀐 사례가 있었다.

VW대변인이나 오스트리아 소재 피에히 회장 사무실 모두 함구하고 있다.

빈터코른 거취 문제는 두 사람이 모두 참석하는 5월5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주주총회장에서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