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엔 '나홀로 메시지'…이번엔 중산층 내세우고 자신은 90초후 등장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68) 전 미국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2016년 대선 출마를 공식으로 선언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대선 출마 선언 동영상은 이날 오후 3시 조금 넘어 선거캠프 홈페이지인 'New campaign website'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일반에 공개됐다.

2분19초 길이의 동영상의 핵심 주제는 예상대로 '중산층 경제'였다.

클린턴 전 장관은 동영상에서 인종과 세대, 계층을 아울러 모든 미국인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실제로 이 동영상에는 딸을 홀로 키우는 '슈퍼맘',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 진학을 꿈꾸는 여대생, 2세를 기다리는 부부, 은퇴를 한 노년층, 일하는 장애인, 동성애자 등이 잇따라 출연해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희망찬 모습이 담겨 있다.

특히 동영상에서 백인과 흑인, 아시아인, 히스패닉 등 인종별로 골고루 안배했다.

동성애자와 장애인이 출연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빨간색 블라우스에 감색 정장 재킷 차림의 클린턴 전 장관은 영상 말미에 "미국인들이 그동안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지만, 아직도 상황은 녹록지 않고 윗쪽(가진 자들)에만 유리한 실정"이라면서 "평범한 미국인들은 챔피언을 필요로 하고 있고 내가 그 챔피언이 되고 싶다.

그래서 여러분이 현재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을 살고, 또 (각자의 영역에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모두 가족이 강할 때 미국도 강해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제 내가 여러분의 표를 얻기 위해 길을 나선다"면서 "이제 여러분이 선택할 시간이고, 여러분이 나의 이 여정에 동참해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 출마 동영상 공개는 이날 예상보다 다소 늦게 나왔다.

CNN 방송 등 미 언론은 오전 일찍부터 '힐러리 대선출마 선언' 특집 코너를 통해 관련 뉴스를 내보냈다.

동영상 공개 직전 힐러리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진 존 포데스타 전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메일을 통해 일부 지지자들에게 클린턴 전 장관의 출마 사실을 알렸다.

이런 가운데 클린턴 전 장관의 이번 출마 동영상이 2008년 대선 첫 출마 때의 동영상과 확연한 대조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07년 1월에도 웹사이트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대선 출사표를 던졌는데 당시에는 1분44초 내내 혼자 나와 메시지를 던졌으나, 이번 2분19초 길이의 동영상에서는 각계각층의 중산층 메시지가 나오고서 동영상 시작 90초 후에나 클린턴 전 장관이 등장한다.

자세 역시 과거에는 실내 소파에 앉은 다소 '거만하고 자신만만한' 모습이었으나, 이번에는 평범한 중산층의 가정집으로 보이는 현관을 배경으로 선 채 이야기를 해 '겸손한' 모습을 연출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