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아베 연설 기대하는것 알것"…日 압박
'美제안'으로 한미일 성사…美, 한일갈등 중재관측


일본의 독도·과거사 관련 도발로 한일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한일 안보정책협의회와 한미일 차관급 회담이 다음 주 잇따라 열린다.

한미일은 오는 16일 3국 외교차관간 협의로는 처음으로 워싱턴DC에서 외교차관협의회를 개최한다.

3국간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이번 협의회에는 조태용 외교부 1차관과 토니 블링큰 미 국무부 부장관,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참석한다.

또 협의회 개최를 계기로 한미, 한일 외교차관간 양자회담도 열릴 예정이다.

이번 협의회는 지난 2월 방한했던 블링큰 부장관이 한미일 미래지향적 협력방안을 논의해보자고 제안,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일 3각동맹을 축으로 '아시아 중시 전략'(Pivot to Asia)을 펴는 미국이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빚는 한일간에 일종의 중재를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도 일본의 과거사·독도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고, 안보나 경제 등 상호 호혜적 분야에서는 교류협력을 추구한다는 투트랙 전략에 따라 이번 협의회에 적극 호응했다.

한미일 3각공조를 강조하는 미국의 요구에 우리 정부가 화답하는 측면도 적지 않다.

외교부가 밝힌 한미일 협의회에서의 의제는 크게 한반도, 아·태지역, 글로벌 차원의 3국간 협력방안으로 요약된다.

한반도 차원에서는 북핵과 북한 인권문제, 북한정세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안정 강화방안, 아·태지역 차원에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지역내에서의 평화·안정 증진방안, 우리 정부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과의 관계를 상호 호혜적이고 보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여러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한미일 3각동맹에 대한 중국 측의 경계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에볼라 및 IS(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 대응, 중동 평화개발, 기후변화, 에너지안보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한미일 3자협의의 공식 의제는 아니지만 주목되는 것은 일본의 과거사·독도 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자(한일)에서는 과거사 문제가 당연히 거론될 것"이라면서 "3자(한미일)에서는 3자간 협력에 중점을 두면서도 필요한 계기가 되면 분명히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양자간 또는 한미일 3자협의에서 일본의 과거사 도발에 대해 분명한 문제제기를 통해 일본의 진정한 반성이 있어야 한미일 공조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29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진정한 반성과 분명한 태도표명을 압박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당국자는 아베 총리의 연설과 관련, "미국 의회나 국제사회가 아베 총리로부터 어떤 얘기를 듣고 싶고, 무엇을 기대하는지 충분히 인식하고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혀 이 같은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에 앞서 14일에는 서울에서 한일 양국의 외교·국방 라인 국장급이 참여하는 '2+2' 형태의 안보정책협의회가 5년여 만에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공식 의제는 아니지만 정부는 일본의 과거사 도발 문제를 적극 제기할 전망이다.

또 최종 개정 작업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진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도 한일 안보정책협의회에서 다뤄질 주요 관심사다.

일본 정부는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지난해 헌법해석 변경을 토대로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미일 양국의 방위협력 역할 분담을 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우리 정부는 가이드라인 개정과 관련해 일본 측으로부터 설명을 듣는 한편, 투명성 유지와 함께 역내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한반도 주변에서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경우 한국의 사전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 가이드라인에 반영될지도 핵심 관심사다.

이 밖에도 한일은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미일 국방부 차관보급이 참여하는 '3자 안보토의'(DTT,16~17일)와 한미 국방부 차관보급이 참여하는 제7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14~15일)도 잇따라 워싱턴DC에서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김효정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