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역사적으로 우리 영토…군인 2만명 이하 파견 국제조약 위반 아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병합을 앞두고 핵무기를 전투태세로 돌입시킬 준비를 했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현지 국영 TV방송 로시야1이 방영한 특별 다큐멘터리 '크림, 조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출연, 크림 병합에 대해 서방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랐기 때문에 군에 만반의 대비 태세를 취하도록 지시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핵무기를 전투태세로 돌입시킬 준비를 했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답했다.

푸틴은 당시 "(서방) 파트너들과 대화하면서 크림은 우리의 역사적 영토이며 그곳에는 러시아인들이 살고 있다.

그들이 위험에 처했고 우리는 그들을 버릴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서방이 크림 사태에 무력 개입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사태 전개에 대비해야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누구도 크림 사태를 국제 분쟁으로 확대시키길 바랐을 것으로 보지 않으며 우리도 결판을 내겠다는 생각은 없었다"면서 "그들(서방)이 우리를 그런 행동(전투태세 준비)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무력화하기 위해 크림에 군정보기관인 총정찰국 산하 부대와 해병대, 공수부대 대원을 파견했고 현지에 해안경비 미사일 '바스티온'을 배치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단호한 의지를 과시하기위해 의도적으로 서방이 위성을 통해 우주에서 미사일들을 볼 수 있도록 배치했다고 덧붙였다.

크림이 주민투표를 실시한 시기에 러시아 병력을 투입한 이유에 대해선 주민들이 우크라이나 과격 민족주의자들의 위협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도우려는 의도였다고 주장했다.

국제 조약상 러시아는 크림 내 군사기지에 2만여 명의 군인을 파견할 수 있지만 실제로 파견한 병력은 추가 투입 인원을 합쳐도 2만 명을 넘지 않았다며 따라서 러시아는 어떤 국제규범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푸틴 대통령은 강조했다.

실각한 친러시아 성향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자국으로 도피시킨 과정도 상세하게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권교체를 주도한 세력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제거할 계획이라는 정보를 입수했었다"며 체포조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중기관총을 설치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와 야누코비치를 구하기 위한 긴급 작전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은 정권 교체 혁명이 진행되는 동안 크림에 머물렀으며 처음에는 러시아 이주를 원치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 내 누구와도 협상할 수 없음이 분명해지자 러시아행을 요청했다고 푸틴은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 혁명은 상당 부분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결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결과이지만 그가 반정부 시위대에 발포 명령을 내리지 않은 일을 비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정권 교체 혁명이 일어나 친서방 민족주의 세력이 권력을 잡은 뒤에야 크림을 병합하는 계획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지도부는 키예프에서 정권 교체 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진 크림을 우크라이나에서 떼어놓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후 크림 주민들을 상대로 한 비밀 여론조사에서 전체 주민의 75%가 러시아로의 귀속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주민투표를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